[사설]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15-01-15 03:02 수정 2015-01-15 10:47
뉴스웨이 제공
청와대 비서실이 만신창이다. 박관천 행정관과 조응천 비서관에 의한 허위문건 작성 및 불법유출, 김영한 민정수석의 국회출석 거부 항명으로도 이미 낙제점이다. 거기다 음종환 행정관이 문건파동의 배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는 메모가 공개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전체가 권력투쟁에 휩싸여 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문건파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특검 실시는 불가피하다.

음 행정관 발언의 진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김 대표 등에게 발언 내용을 전했으나 음 행정관은 강력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 등이 있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인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온갖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가 주요 친박 인사들의 보좌관을 지낸 데다 세간의 의혹을 받았던 ‘십상시’ 멤버로 거론된 인물이어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를 보면 그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행정관, 비서관, 수석비서관 가릴 것 없이 공직기강이 엉망이란 생각이다. 야당으로부터 ‘콩가루 청와대’란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부실한 조직을 갖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개 부문 개혁을 어떻게 밀어붙일 것인지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청와대가 음 행정관 발언의 배경과 진위를 정확히 조사해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그에 대한 면직 처리로 적당히 끝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비서실에 대한 대수술을 조속히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은 당면 현안을 수습한 뒤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현 상황은 그에게 ‘명예 퇴진’의 기회를 줄 만큼 녹록하지 않다. 새 비서실장에게 청와대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모두 맡기는 게 순리다. 국정 개혁은 청와대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정서다.

박 대통령은 문건파동이 특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문가들과 국민들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의 경찰관 회유 의혹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믿지 않고 있다. 음 행정관 발언 파문은 특검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을 힘 있게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안을 가급적 빨리 털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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