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전업주부였던 경수(11) 어머니는 직장을 구해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이 식사를 전처럼 챙겨주기 어렵게 되자 안쓰러운 마음에 아침마다 용돈을 쥐어줬다. 이 돈으로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게 경수의 일과가 됐다. 한번 길든 식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히 살이 쪘다.
경수의 건강이 걱정스러워진 어머니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에 등록시켰다. 그리고 경수 손목에 스마트시계가 채워졌다. 하루 운동량을 측정해 어머니와 학교 운동지도사에게 보내는 장비다. 어머니에게는 경수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에 맞춘 권장 식단도 제공된다.
같은 반 태경이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래보다 키가 10㎝ 이상 작고 왜소한 태경이에게 처방된 맞춤형 프로그램은 일종의 ‘성장 클리닉’이다. 경수와 전혀 다른 운동법과 식단을 관리해준다.
경수와 태경이 사례는 장차 바뀌게 될 학교 보건 환경의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 이렇게 초·중·고교의 학생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파주 지역아동센터에서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3월부터 경기도 오산의 8개 초등학교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키로 했다. 6개월간 지켜본 뒤 서울 등 대도시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수와 태경이 학교의 보건교사는 3주마다 두 아이의 신장·체중·체지방량·근육량 변화를 측정한다. 경수는 초기 비만이었다. 게임을 좋아하고 야외활동을 꺼리는 생활습관이 고스란히 수치로 드러났다. 또래보다 체지방은 10% 많고 근육량은 15% 적다. 태경이는 거꾸로 체지방과 근육량이 모두 부족하다. 신체질량지수(BMI)가 15로 정상(18.5∼23)에 크게 못 미친다.
두 아이는 비슷한 신체 조건의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에 각각 배정됐다. 각 그룹은 매주 3∼4회 운동지도사가 짜놓은 일정을 소화한다. 운동을 싫어하는 경수는 배드민턴과 탁구, 태경이는 농구와 스트레칭으로 땀을 뺀다. 복부비만인 경수에게는 윗몸일으키기와 하체운동이 추가됐다.
체성분 측정 주기인 3주 단위로 식단도 달라진다. 경수의 아침밥은 치커리와 상추샐러드, 찐고구마다. 저녁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최소화하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먹는다. 태경이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학교 점심시간에 영양교사가 ‘처방한’ 음식이 제공된다. 성장과 발육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학생 건강관리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프로그램이다. 보건 당국의 ‘빅데이터’에 실시간 쌓이는 자료를 학생 비만관리와 식습관 개선, 소외계층 자녀나 위기 청소년 정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학생 대상의 스마트 헬스케어가 정착되면 직장인과 노년층으로 확대할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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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5 00:58 수정 2015-01-15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