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3개 아파트 화재사고는 충격이었다. 을미년 연초에 터진 이 사고는 ‘올 한 해도 안녕하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걱정을 불렀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아파트라니 곧 진화되겠지,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쏟아진 속보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전했다. 결국 이웃한 3개 아파트가 불탔고 사망 4명을 포함해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낮인데도 화재가 커졌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은 그런 황당한 일이 가능한 게 우리의 수준이구나 하는 걸 새삼 확인해 줬다.
단순히 이번 사고는 2009년 이명박정부 시절의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부른 인재(人災)다. 불이 난 아파트들은 1∼2인 가구와 서민들에게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 태어난 일명 ‘도시형 생활주택’들이다. 일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물 간격을 6m 이상 둬야 하지만 10층짜리 쌍둥이 형태로 지어진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간격이 1.6m였다. 드림타운과 그 옆 15층짜리 해뜨는마을아파트와의 거리도 1.8m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 아파트들은 합법 건물이다. 상업지역 내 도시형 생활주택은 간격이 50㎝ 이상이면 허용된다.
또 화재 아파트들은 외벽을 가연성 소재인 스티로폼 단열재로 마감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돼 화재를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2005년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11층 이상 아파트에만 의무화돼 있다. 실외 비상계단도 바닥 면적이 300㎡ 미만이라 설치하지 않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장 설치 기준도 전용면적 30㎡ 미만은 가구당 0.5대, 30㎡ 초과∼50㎡ 이하는 가구당 0.6대다. 300가구 미만이라도 공동주택은 진입도로를 폭 6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연면적 660㎡인 경우 4m 이상이면 된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니 주민들은 가뜩이나 비좁은 골목길에 줄줄이 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건물 뒤편이 전철 선로여서 전방위적인 진화작업이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안전과 바꾼 규제완화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시한폭탄’ 같은 이런 도시형 생활주택이 전국에 35만여채나 있다니 오싹해진다. 사후약방문 격이라도 이들에 대한 화재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이명박정부 이후 규제완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부쩍 요란해졌다. 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완화 끝장토론을 잇달아 열며 독려하니 공직사회는 앞뒤 안 가리고 실적경쟁까지 하는 모양새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하지만 규제완화 자체가 선(善)은 아니다. 규제는 좋은 규제도 있고, 나쁜 규제도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중소상인과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없앨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탐욕과 안전불감증, 구조 당국의 무능이 빚어낸 참사였다. 이후 정부의 재난대응 기능을 한데 묶은 국민안전처가 출범하고 ‘관피아’ 폐해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질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요란한 구호보다는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는 구체적인 정책,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실질적인 변화가 더 절실하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내일을 열며-라동철] 규제완화의 두 얼굴
입력 2015-01-15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