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9세의 나이로 작고한 휴머니스트 사진작가 윌리 로니스가 자신의 사진 인생을 통틀어 ‘가장 붙잡고 싶은 우연한 순간들’을 모은 사진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의 20세기를 통째로 기록했다. 저자는 “옛것은 낡고 불편하고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에 허물고, 새롭고 빠르면서 날렵한 첨단의 시대로 무장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강박을 아쉬워하면서 빛바랜 사진을 수없이 남겼다.
그의 사진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다. 화면 처리가 말끔한 것도 아니다. 인물 정면으로 빨랫줄이 가로질러 가거나 초점이 정확하게 맞지도 않고 셔터 속도가 느려서 흐릿하기까지 하다. 작지만 너무나도 예쁜, 진짜 삶의 한 순간들만을 모았다. ‘규소폐증에 걸린 광부’는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웅장한 기계 앞에 쓸쓸하게 앉아 있는 한 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숭고함을 본다. 커다란 바게트 빵을 들고 행복해 하는 아이의 표정을 담은 ‘어린 파리지앵’은 한때 전 세계 빵집이란 빵집엔 다 걸려 있었다. 바스티유 기념비 꼭대기에서 촬영한 ‘퐁데자르의 연인’은 사진엽서와 티셔츠 등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박물관에서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이젠 집에 갈래”라고 떼쓰는 듯한 아이를 포착한 ‘푸시킨 궁’ 등이 소소한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다. 류재화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가장 붙잡고 싶은 우연한 순간들
입력 2015-01-16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