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논란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김 대표의 수첩 메모가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점화됐다. 메모에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의 이름과 함께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정치권에선 즉각 K와 Y가 누구인지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김 의원 측은 “수첩 내용은 얼마 전 모 인사로부터 들은 내용을 메모해놓았던 것”이라며 “황당하다고 생각해 적어놓기만 하고 신경 쓰지 않았으나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혔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똑같은 심정”이라며 “모든 게 사실대로 빨리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 발단은 지난달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이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손수조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뒤늦게 합류했다고 한다. 음 행정관은 이 전 위원이 시사평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문고리 3인방’의 국정 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데 대해 훈계를 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음 행정관이 ‘네가 함부로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니다. 문건 파문 뒤에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6일 같은 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이 전 위원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 전 위원이 “음 행정관이 문건 파문 뒤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격노했고, 다음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는 음 행정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추궁했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들과 가까운 음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문건파동 배후로 거론한 것이 사실일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수첩에 적혀 있는 ‘내가 꼭 밝힌다’는 발언의 주체와 관련해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조 수석과 통화하면서 조 수석이 전한 김기춘 실장의 말을 메모했다는 게 첫 번째다.
발언의 주체가 음 행정관이라는 의견도 있다. 음 행정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배후 발언은) 내 명예를 걸고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모임이 있던 날은 검찰이 박관천 경정에 대해 무고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라며 “박 경정의 배후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고, 조 전 비서관은 유 의원을 만나 줄을 서서 ‘배지’나 달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말을 근거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논평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이야기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 전 위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권지혜 전웅빈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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