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졌다… 약체 쿠웨이트에 1대 0 신승

입력 2015-01-14 04:34
한국의 남태희(등번호 10번)가 13일(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전반 36분 헤딩슛을 한 뒤 공이 골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남태희의 골에 힘입어 약체 쿠웨이트에 신승을 거두고 8강행을 확정지었다. 연합뉴스

“오늘 경기를 계기로 한국은 우승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도 불만족스러운 경기였음을 인정했다. 한국은 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1대 0 신승을 거뒀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2연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2경기 모두 답답하고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한국은 13일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전반 36분 터진 남태희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오만을 1대 0으로 꺾은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승점 6점(골 득실 +2)을 챙겼다. 한국은 이어진 호주와 오만의 경기에서 호주(승점 6·골 득실 +7)가 4대 0 승리를 거둔 덕분에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17일 오후 6시 브리즈번에서 개최국 호주와 조 1위 자리를 놓고 다툰다.

한국은 호주와 비길 경우를 대비해 조 선두에 오를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다득점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주전 왼쪽 날개 손흥민과 미드필더 구자철, 넘버원 골키퍼로 급부상하는 김진현이 감기 증세를 보여 출장하지 않은 데다 주전 오른쪽 날개 이청용마저 오만전에서 다리를 다친 바람에 고전했다.

한국은 전반 30분에야 첫 슈팅을 날렸다. 김민우가 중앙선 부근에서 전방으로 볼을 찔러 주자 이근호가 잡아 드리블한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골키퍼의 머리 위로 차올리는 로빙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기다렸던 선제골은 전반 35분 남태희의 머리에서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한 차두리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리자 골대 정면에서 남태희가 헤딩슈팅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1-0으로 앞선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3분쯤 지난 뒤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쿠웨이트 측면 공격수 알리 알마시크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다.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한 뒤 튕겨 나갔다. 한국 수비라인의 압박이 순간적으로 풀리며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막판 남태희를 빼고 한국영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며 간신히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경기 중 상당 부분 쿠웨이트가 우리보다 우세했다”며 “볼 경합, 패스가 더 나았다.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FC는 쿠웨이트의 공격수 아지즈 마샨을 MVP로 뽑았다. 일반적으로 MVP는 승리팀의 수훈선수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 한국의 경기력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경기 내내 한국 진영을 위협했던 아지즈가 MVP로 선택됐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