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테러 후폭풍… 무슬림 겨냥 ‘증오 범죄’ 빈발

입력 2015-01-14 03:01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 이후 프랑스에서 이슬람계 주민들에 대한 ‘보복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을 동원하는 한편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예상되는 유대인 시설은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가 운영하는 이슬람 증오범죄 감시단 압달라 제크리 대표는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 이후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54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54건 중 이슬람 시설에 대한 총격이나 폭발물 투척 등 ‘폭력 행동’이 21건이었으며 인종주의적 모욕 등 ‘위협’이 33건이었다. 지난해 1∼9월 사이 프랑스에서 이슬람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 건수는 110건이었다.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는 테러사건 직후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건 하루 뒤인 지난 8일 프랑스 남부 알비시와 동부 엑스래뱅에서 이슬람사원이 총격 및 방화 공격을 받았다. 남동부 바욘에서는 이슬람사원 정문에 인종주의적 욕설을 적은 낙서가 발견됐다. 코르시카에서는 9일 이슬람 예배당 앞에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가 투척됐다. 11일 밤에는 중서부 푸아티에에서 이슬람사원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으며 벽에 ‘아랍인들에게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주요 시설과 학교 등에 군인과 경찰 1만5000여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은 “시민 보호를 위해 13일부터 주요 시설에 1만명의 군인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인 시설에 대한 경계도 강화된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이날 유대인 공동체 및 유대인 상점 보안을 전담하는 책임자를 임명했다. 그는 “이슬람 사원에 대한 경비 또한 업무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카즈뇌브 장관은 이날 파리 근교 몽루즈의 유대인 학교를 방문해 “오늘부터 프랑스 내 717개 학교에 경찰 4700명을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파리 테러 때 사망한 경찰관과 유대인들에 대한 장례식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와 이스라엘에서 각각 열렸다. 파리 경찰청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과 9일 연쇄 테러로 숨진 경찰관 3명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관 위에 올려놓으며 이들의 희생을 기렸다. 9일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테러로 숨진 유대인 4명의 장례식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진행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