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9시(현지시간)를 조금 넘긴 시각, 프랑스 파리의 일간 리베라시옹 사무실. 샤를리 엡도 테러에서 살아남은 기자들이 다음 호 커버스토리 만평이 완성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누군가가 지난 7일 테러범이 총격을 가하면서 내뱉었던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 테러 충격이 여전한 이들에게 당시의 공포를 상기시킬 법도 한 말이었다. 그러나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테러의 공포에 굴하지 않겠다는 샤를리 기자들의 의지와 풍자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14일 배포될 다음 호의 커버스토리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만평으로 채택됐다.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건 이슬람 신자들에게 금기사항이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만평을 그린 레나르 뤼지에(필명 뤼즈)는 테러가 발생한 7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화를 면했다. 마침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어서 케이크를 사들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테러범들이 동료들의 목숨을 앗아간 후였다.
뤼즈의 만평에서 무함마드는 눈물을 흘리며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말하고 있다. 무함마드의 머리 위에는 ‘모두 용서받았다(TOUT EST PARDONNE)’라는 문장이 실렸다.
편집자 제라르 비아르는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대답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샤를리 엡도의 변호사인 리샤르 말카는 “살아남은 이들이 침묵을 강요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호 밑에는 빨간색으로 ‘무책임한 언론(JOURNAL IRRESPONSABLE)’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샤를리 엡도가 스스로 테러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한 한 비평가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들의 풍자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의 비판조차 풍자의 소재로 활용했다.
생존자들이 테러의 충격을 극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말을 잃었고, 시간이 지나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와 플레르 펠르랭 문화부 장관이 이들을 찾아와 격려하고 각지에서 기금이 쏟아지면서 힘을 얻었다. ‘생존자 특별호’는 300만부가 인쇄됐다. 평소 발행부수 6만부에 비하면 50배나 많다. 세계인들의 관심을 감안해 16개 언어로 번역을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샤를리 엡도는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게 됐고, 쟁점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매체로서 새로운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는 추가 테러를 경고했다. AQIM은 13일 “프랑스군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무슬림들에게 폭격을 퍼붓고 변변찮은 언론이 계속 우리 선지자를 깎아내리는 한 프랑스는 최악의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샤를리 엡도’ 만평은 계속된다
입력 2015-01-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