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保·은행 갈등에… 등터지는 수출中企

입력 2015-01-14 02:31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요즘 수출 중소기업의 처지가 그렇다. 가전업체 모뉴엘 파산으로 보증서를 내준 무역보험공사(무보)와 시중은행이 ‘보험료’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중간에서 수출금융 위축으로 중소기업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이 지난해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인 11월 무보의 수출금융이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수출채권 신규 보증은 2013년 11월에 228건, 3억9927만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엔 91건, 1억1503만 달러로 급감했다. 12월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3년 209건, 3억9972억 달러였던 데 비해 지난해엔 132건, 1억6213만 달러로 감소했다.

연간 추이를 보면 최근 3년간 무보의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 지원 규모가 2012년 2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8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은행과 무보 간 사이가 틀어지면서 규모가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보의 수출채권 보증은 수출기업이 계약 후 물품을 선적하면 은행이 선적 서류를 근거로 수출채권을 매입할 때 무보가 보증하는 제도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 ‘증명서’만 가지고 은행에서 어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엔저로 타격을 입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은 모뉴엘 때문에 자금줄이 막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모뉴엘이 허위로 서류를 꾸며 수출 실적을 부풀린 뒤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이 드러났다. 탄탄한 기업으로 손꼽힌 곳이었던 만큼 금융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심사를 강화했다. 이어 보증을 섰던 무보가 은행의 과실을 이유로 지난 6일 예비판정에서 6개 시중은행에 3억400만 달러(3265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은행권에선 무보의 보증서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보를 믿고 대출을 해준 것인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믿고 대출을 해줄 수 있겠느냐”며 “수출금융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