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당청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위한 여당의 협조를 구하며 “김무성 대표와도 만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송년 모임 때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집단 불만’을 표출해 파국 직전까지 도달했던 당청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당청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는 지난 연말 여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대선 승리 2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제외하고 친박 인사들만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고, 지난달 30일에는 친박 인사들이 김 대표를 겨냥해 ‘사당화’ 주장까지 쏟아냈다. 친박·비박 간 정면충돌 우려로 여권 내부에서 전운이 감지됐지만 김 대표가 반응을 자제해 파문은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어색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은 국정을 같이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같이 힘을 합해야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 대표에게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만나겠다”고 강조했고, 김 대표 역시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화답했다.
원칙론적인 발언이지만 여권 내부에선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여권 권력지형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말 정국을 흔들었던 청와대 문건 파동 여파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비서진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공개 언급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비난 여론이 반전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히 올해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원년인 만큼 여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김 대표를 향한 ‘화해의 제스처’ 성격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분간 당청 관계가 밀월까지는 아니지만 협력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발변수는 많다. 특히 당이 청와대가 내놓을 쇄신책에 계속 ‘딴지’를 걸 경우 상황은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이날은 문건 파동 배후와 관련한 메모가 적힌 김 대표의 수첩이 공개돼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가 들고 있던 수첩이 찍힌 것인데, 메모에는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장’이라는 단어와 함께 ‘정치적으로 묘한 시기여서 만나거나 전화통화 어렵다. 시간이 지난 후 연락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니셜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름과 메모 작성 배경 등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김 대표는 13일 종교계 인사들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할 이야기 없다”며 “그런 거 사진 찍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침묵을 지켰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朴 신년회견 이후] 향후 당청관계는 어디로… 불협화음 씻고 새로운 ‘협력모드’ 탄력
입력 2015-01-14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