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커피값 대신 사무실 월세 냈나… 카페 자리진상 최고봉 ‘시끌’

입력 2015-01-14 01:33
인터넷 커뮤니티에 ‘카페 자리진상 최고봉을 목격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게재된 사진. 세 개의 테이블에 모두 노트북 등만 놓인 채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친절한 쿡기자] 1년 전인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퀸즈 플러싱의 맥도날드 매장이 장시간 머무는 한인 노년층 손님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한인 노인들이 값싼 음식을 하나 시킨 뒤 서너 시간 이상씩, 심할 경우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자 맥도날드 측이 “손님들은 20분 내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안내 문구를 붙이고 경찰을 불러 손님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죠.

이에 한인 사회는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오래 앉아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해 내쫓은 것은 인종차별”이라며 불매운동까지 벌였습니다. 다행히 양측이 상생·협력안을 마련하면서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카페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장시간 일을 보는 듯한 모습을 꼬집은 글과 사진 때문에 인터넷에서 시끄럽습니다.

1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페 자리진상 최고봉을 목격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 2장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는 “주말에 카페에서 본 일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라고 글을 시작합니다. 그는 ‘카페에서 공부해도 되냐, 안 되냐’는 문제는 많이 봤지만 이번 일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고 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글쓴이는 토요일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남자친구와 밥을 먹고 교대역까지 걸어간 뒤 3개 층으로 이뤄진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1층은 자리가 별로 없고 주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2층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창가에 있는 4인석 테이블 3개가 모두 일행인 듯한 남자 세 명에게 점령당했던 겁니다.

이들은 각자 노트북 컴퓨터를 하나씩 갖고 와서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있었으며, 모여서 회의도 하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밥을 먹으러갈 때도 테이블 위에 짐을 고스란히 놔두고 가더라며 “그들은 일을 하고 있었고 흡사 사무실을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사무실 월세를 아낀 천재들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개념이 부족한 진상으로 봐야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이글을 본 네티즌들은 “서초동에 사무실 차리는 거 어렵지 않네” “이러니 커피 가격이 점점 비싸지지. 커피 하나 시켜놓고 몇 시간씩 자리 점령하는 무개념 소수의 자릿값을 나머지 다수의 고객들이 내고 있는 거다” “카페는 음식점이고 커피마시는 곳이지 공부하는 독서실이 아니다”라는 등의 댓글을 달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저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못 앉아서 화가 난 것”이라며 글쓴이에게 화살을 돌리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