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13일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제1야당 대표로 국민들에게 내놓을 만한 메시지가 없었다. 역시 실망스럽고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던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추상적이고 관행적으로 비판한데 그쳤다. 작금의 제1야당의 위상이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우선 문 위원장은 두루뭉수리하게 박근혜정부의 정책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만 했지 구체적인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적어도 수권 야당을 자처한다면 비판을 넘어 국민들의 시선을 끌 만한 메시지가 있어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그런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 문 위원장은 국민적 합의이자 시대정신을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라고 적시했다. 가계부채, 빈곤, 복지 수준, 일자리,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 가지 어젠다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공약이 모두 허언이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지적은 이미 언론이나 각계각층에서 제기해 오던 것이다. 또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만 했지 대안 세력으로서의 구체적 조언은 별로 없었다.
야당의 주요 기능이 비판이지만 비판 그 자체로만 끝난다면 수권 정당으로서의 충족 요건을 다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비판으로만 야당의 책임을 다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야당은 비판과 함께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인사 실패, 세월호 참사, 공약 파기, 비선실세 의혹 등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여당 지지율을 갉아먹고 야당으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만한 재료들이 아주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야당 대표의 신년 회견은 지지율이 왜 그 모양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게 한다.
문 위원장의 신년 회견은 대통령의 회견 뒤 나오는 상투적인 야당의 반박 성명문에 불과했다. 국민들은 연 이틀 대한민국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신년 회견에 많은 실망을 했겠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회견을 “국민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더 큰 걱정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는 본인의 회견 내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두 정치 지도자의 회견으로 무엇보다 국민들이 한국 정치의 리더십에 대해, 정치 자체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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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희상 비대위원장 신년회견도 실망스럽다
입력 2015-01-14 02:40 수정 2015-01-14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