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른 의견 경청은 성숙한 민주사회의 전제조건

입력 2015-01-14 02:30
서울시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12일 공동으로 주최하려던 ‘서울역 고가공원 토론회’가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은 지은 지 45년이 지나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그곳에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같은 도심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남대문 상인들과 지역 주민은 대체도로 건설 없이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할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남대문시장 상권에 악영향을 준다며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주장을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사전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덜컥 사업 계획부터 발표한 서울시의 미숙한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토론회장을 점거하고 전문가 의견 개진 기회를 원천봉쇄한 것은 대화와 타협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다. 내 의견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의견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공청회가 무엇인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다. 다른 견해들이 충돌하는 속에 최대공약수를 이끌어내는데 공청회의 목적이 있다. 내 주장만 고집해선, 그것도 비민주적 수단을 동원한 집단행동은 결코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외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성(理性)보다는 폭력적이고 물리적 수단에 의존해 이익집단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떼법’은 다반사가 된 지 오래다. 지난 한 해만도 공인중개사 중개보수체계 개선 공청회, 공무원연금 개혁 공청회,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토론회 등 이익단체와 이해당사자의 단상 점거로 열리지 못한 공청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을(乙)의 합리적인 집단 항의 표시로 보기엔 도를 넘어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또한 작다고 할 수 없다. 대화와 토론의 장이 돼야 할 공청회가 걸핏하면 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은 패널 구성 등의 불공정 의혹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형식적 수단으로 공청회를 이용했다는 지적에서부터 떳떳해야 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