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대통령 특보

입력 2015-01-14 02:10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조직과 별도로 특별보좌관(특보)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미국 백악관의 특보 제도를 본뜬 것이다. 특보들에게는 주로 중장기 정책수립을 맡겼으며, 간혹 당면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1968년 안보특보를 신설한 이후 집권 말기엔 외교 경제 정치 교육문화 사정 법률 등 9개 분야 특보를 뒀다. 박 대통령은 서울대 교수(철학과)를 지낸 박종홍 교육문화특보로부터 우리나라 정신문화에 대한 자문을 받아 후에 정신문화연구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70년대 초에는 사정특보를 임명, 공직사회 서정쇄신과 국영기업체 및 금융기관 숙정(肅正)을 진두지휘토록 했다.

특보 제도는 최규하정부에서도 유지됐으나 교수 출신 참모를 꺼린 전두환 대통령은 이를 폐지해 버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노재봉 서울대 교수(정치학과)를 정치특보에 발탁했다가 그 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에 연이어 기용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정치특보를 유지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정책특보(박지원)와 외교안보통일특보(임동원)를 뒀다. 박 정책특보는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경제를 제외한 정책 전반과 공보 업무를 장악함으로써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인사들에게 ‘무보수 명예직’ 특보를 맡겼다. 강만수 경제, 맹형규 정무, 이동관 언론, 박형준 사회특보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3년차를 시작하며 특보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12일 기자회견에서 “국회나 당청 간에도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책을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 발언에 따르면 정무특보와 홍보특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책보다는 소통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인사다. 말 그대로 ‘대통령을 특별히 보좌’할 만한 역량을 갖춘 새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위인설관이나 회전문 인사를 한 이명박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아버지 박 대통령의 특보 활용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해 볼 일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