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으르렁∼.”
흰털과 푸른 눈을 가진 백호의 뾰족한 이빨 사이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거친 야성의 기세는 영하의 혹독한 날씨마저 잡아먹을 듯하다. 차가울 것 같은 바위 위에서 꿈쩍도 안 한다. 알고 보니 열선이 깔려있는 인공바위다. 호랑이들에겐 인공바위가 전기장판인 셈이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 식구들은 신나게 겨울을 즐기는 모습이다. 곰은 겨울잠의 대명사이지만 이곳의 유럽 불곰은 겨울잠을 잊은 채 재롱부리는 데 열중이다. 최병성 사육사는 “365일 체계적인 영양관리를 통해 먹이를 많이 주기 때문에 굳이 동면에 들어간 곰은 없다”고 설명했다.
흰색 북극곰은 겨울에 더욱 활동적이다.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잇감을 잡으러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여름보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유인원과 원숭이가 함께 살고 있는 에버랜드 몽키밸리에선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40도에 맞춰진 노천 온천에서 일본원숭이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지그시 눈을 감고 몸을 녹인다. 사육사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호사를 누린다. 따뜻한 고향을 떠나 온 열대동물들도 독특한 방법으로 혹한을 이겨내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가 고향인 알락꼬리 여우원숭이들은 햇볕이 드는 날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무에 앉아 양팔을 벌려 가슴에 따뜻한 햇볕을 품는다.
생후 2주된 아기사자에겐 사육사의 손길이 유난히 많이 간다. 김다흰 사육사는 “행여나 감기에 걸릴세라 실내온도 27도에 습도 60∼70%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동물원 친구들의 오붓한 겨울나기를 위해 온갖 아이디어와 지혜가 총동원되는 셈이다. 사육사의 따뜻한 손길에 올겨울 동물가족들은 행복하다.
용인=사진·글 이동희 기자 leedh@kmib.co.kr
[앵글속 세상] 열선 인공바위, 온천욕… “추위 걱정 없어요” 동물원의 ‘겨울나기’
입력 2015-01-14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