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돌파… 국제시장, 대박시장

입력 2015-01-14 03:35

아버지 세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12일까지 누적관객이 984만6098명으로 집계되면서 13일 오후 늦게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첫 1000만 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11번째, 외화까지 포함하면 14번째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두 편 연속 1000만 관객 감독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중년과 가족 관객의 힘=출발은 불안했다. 지난달 17일 개봉 첫날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하루 만에 1위로 치고 올라가 27일째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1월 1일 최다 관객(75만1253명)을 기록한 후 개봉 15일 만에 500만, 16일 만에 600만, 18일 만에 700만, 21일 만에 800만, 25일 만에 900만을 돌파했다. 40, 50대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 관객이 몰려든 게 흥행의 동력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도 한몫했다.

‘국제시장’의 흥행 속도는 2013년 1월 개봉해 휴먼 드라마 장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누적 1281만1213명), 2013년 12월 개봉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2014년 1000만 고지에 오른 ‘변호인’(누적 1137만5954명)보다 빠른 속도다. 윤 감독의 전작인 ‘해운대’가 기록한 누적 스코어 1145만을 넘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성애 코드와 정치적 논란=영화는 주인공 덕수를 통해 6·25전쟁 흥남 철수, 파독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한다. 이 과정에서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섞은 부성애(父性愛) 코드로 신파의 감동을 자아낸다. 이산가족 찾기 장면에서 울지 않고는 보기 어렵다. 덕수가 “아부지, 내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라고 독백하는 장면은 ‘아버지 세대에 바치는 헌사’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와 베트남전 등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논쟁을 불러온 장면은 덕수(황정민)와 아내 영자(김윤진)가 벤치에 앉아 말다툼하다 태극기 하강식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대목이다. 일부 평론가가 ‘토하는 영화’ ‘역사인식 결핍’이라며 논란의 불을 붙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애국심’을 언급하면서 영화는 진보와 보수의 찬반양론으로 갈리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흥행의 가속도로 작용했다.

◇영화는 영화로 평가해야=윤 감독은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출발한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행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숫자가 1000만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잘했다기보다 ‘국제시장’과 관련된 모든 분의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소통과 화합을 염두에 뒀는데 막상 개봉하니 논란과 갈등이 생기고 진보와 보수 등 나라가 양편으로 나뉘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다”며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데서 갈등이 생긴다.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영화를 단지 영화로 즐기는 좀더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