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교회건축을 한 뒤 동료 목사님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직접 찾아와 교회건축에 대해 질문해주신 목사님들도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교인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어려운 건축을 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하나님께서 해주셨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알아서 물질도, 건축 자재도, 성구도, 생활도구도, 봉사일꾼도 다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 이 시간 자기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한 사람의 증언을 듣습니다. 어떤 은혜를 받았기에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요. 첫째, 핍박자이자 복음의 훼방자, 죄인 중의 괴수였던 자가 주님의 은혜로 사도로 부름 받은 것에 대한 은혜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갈 1:11∼15). 사도의 직분을 주께서 세우신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둘째, 바울은 어느 사도보다 열정적이고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씀합니다. 바울은 여기서 “더 많은 수고가 은혜”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은혜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헌금을 남들보다 많이 한 것은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주님의 사역에 바빠 쉬지 못했다면 손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큰 교회 나가는 것도 은혜지만 작은 교회 섬기는 것도 은혜입니다. 힘들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수고에 헌신하는 것이 은혜입니다. 전도든, 가르침이든, 섬김이든, 교회 봉사든 ‘더 많은 수고’가 있다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성경은 또 은혜를 받을 때 ‘헛되이’ 받지 말라고 합니다. 사도 바울도 “내게 주신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라고 말합니다. ‘헛되다’는 것은 주님께 받은 은혜와 직분, 사명과 사역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를 죽을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 증거가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0∼31)로 끝이 납니다. 바울은 로마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도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사명을 다했습니다.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았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은혜는 삶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고, 사역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조금 하고도 인정받기 원하고, 생색내기 원하고, 조금 많이 한다 싶으면 싫증내기도 합니다. 나 혼자만 한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헛되이 받은 은혜입니다.
결론적으로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 바울의 고백입니다. 깨달은 사람과 은혜 받은 사람의 말을 비교해 보십시오. 사람들은 깨달아야 사람이 되는 줄로 압니다. 아닙니다. 은혜를 받아야 사람이 됩니다. 바울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 우리들도 받아야 합니다.
박종덕 목사(대전 두란노그리스도의교회)
[오늘의 설교] 사도 바울의 은혜
입력 2015-01-14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