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0㎝에 누가 봐도 미인형인 그녀는 간호사다. 교회 동기 모임에서 알게 됐는데 지금은 그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나는 그녀가 걸어온 길이 좋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말하곤 한다. “다르게 살아줘서 고마워.”
제주에서 자란 그녀는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울 때면 신호등을 건넜다 한다. 학교 앞 바다가 곧 수영장이기 때문이었다. 거친 바람을 맞으며 자란 탓인지 그녀는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했다. 고등학생 때였다. 어느날 밤 텔레비전에서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그곳 아이들의 삶을 믿을 수 없어 울었다. 그 밤부터 그녀의 기도는 한결같았다. “그곳 아이들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언젠가 제가 크면 그 아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로부터 10년 후 그녀는 간호사가 되었고 캄보디아 등 낯선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아프가니스탄 의료팀에 합류하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때 그곳은 전쟁 중이었다. 위험하니 이번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인들은 그녀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그토록 만나기 원했던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만났고 그녀는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생활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두고 칭찬이라도 하면 “이것도 월급 받고 하는 일이니 그리 칭찬할 게 못 된다”고만 했다.
몇 년 후 한국에 돌아온 그녀를 우리는 반갑게 맞았다.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날 방법을 알아보던 중 일이 어긋나 잠정적으로 한국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그녀로부터 다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는 에볼라 국내 의료진 2진에 합류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떠나기 전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 그녀를 잘 알고 있기에 누구도 그 선택을 만류하지 않았다. 다만 건강하게 다녀오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달 10일 에볼라 국내 의료진 9명이 출국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익명의 누군가가 위험한 곳에 가는구나 하면서 무심코 보았을 기사를, 나는 읽고 또 읽었다. 부디 모두가 건강하게 의료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다르게 살아줘서 고마워”
입력 2015-01-1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