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빨간색 정장 상의를 입고 집권 3년차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자신이 ‘경제 활성화복(服)’이라고 지칭하는 복장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정각 청와대 춘추관 연단에 섰고, 기자회견은 90분가량 진행됐다. 모두발언 25분 동안 원고지 66.3장 분량의 신년 구상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지난해 기자회견 연설은 원고지 43장 분량이었다.
◇경제 63회, 국민 58회 언급=박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하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가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유독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 42차례, 질의응답에서 21차례 등 총 63회에 걸쳐 경제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국민’은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합쳐 58회나 됐다. 이어 성장 26회, 개혁 18회, 통일 13회, 소통 5회 등 순이었다.
강력하고 끈질긴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 혁신·도약을 이루고 향후 30년의 성장 기반을 닦는 것이 신년 구상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금융부문 규제개혁을 거론할 때는 인터넷쇼핑 발전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인 ‘액티브X’ 혁파 필요성을 역설했다. ‘해외직구’ ‘국내 역직구’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줄임말까지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만큼 통일·광복·남북 등도 자주 언급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이, 오른편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이 자리를 잡았다.
◇정윤회씨 언급할 때는 말이 떨리고 웃음기 사라져=박 대통령은 엷은 미소와 함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5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는 덕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문건유출 파동이나 비선실세 의혹을 언급하면서부터는 얼굴에서 웃음을 거뒀다. 단호하고 침착한 어조로 신년 구상을 밝히던 모두발언과 비교하면 어조는 물론 표정까지 180도 바뀌었다. 특히 취재진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윤회씨가 실세인가’라고 묻자 “답할 가치도 없다”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며 목소리 톤이 갑자기 높아졌다.
반면 야당이 퇴진을 촉구하는 김 실장에 대해서는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평가하며 깊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는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해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지는 바람에 (비리가) ‘진짜 없구나 하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또 “자꾸 친박, 그런 얘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언제 떼어내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을 향해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 듣고 있다.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농담을 곁들인 반박을 했다. 박 대통령은 옆에 배석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대면보고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어 한때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답변과정에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소통 점수 몇 점이냐 물음에 “그런 것은 모호하게 남겨둬야”=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출입기자실을 방문했다. 지난해 1월 내외신 기자회견 때에 이어 약 1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기자실 방문도 오래됐다” “기자회견을 자주 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에 “작년에는 사회가 워낙 슬픔에 잠기고 그래서 안 됐었다.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소통 점수 100점 만점에서 몇 점을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안 했다고 재차 묻자 “그런 건 얘기 안 하는 것이다. 모호하게 남겨두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기자회견에서는 내외신 120여명이 회견장을 빼곡히 채웠다. 기자 16명이 분야별로 질문을 했다. 지난해와 달리 회견장에는 책상이 사라졌다. 청와대는 “책상을 빼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통 강화 차원에서 기자들이 더욱 많이 참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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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3 03:28 수정 2015-01-13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