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국제공조 강화… 인터넷 자유·솅겐조약 훼손 우려

입력 2015-01-13 03:43
프랑스 파리에서의 잇따른 테러로 미국 중심의 ‘테러와의 전쟁’이 유럽 등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으로선 반가운 움직임이어서 국제공조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터넷 및 통신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유럽의 자랑이기도 했던 ‘솅겐조약’까지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백악관은 다음 달 18일(현지시간)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을 위한 정상회의’를 열어 극단주의자들의 급진화와 인력 모집, 선동 행위를 막기 위한 미국 및 외국 정부의 대응책을 점검한다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백악관은 “최근 캐나다와 호주, 파리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를 고려할 때 폭력행위 예방을 위한 노력이 시급해졌다”고 이번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매체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파리 테러가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불을 댕겼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도로 유럽 차원의 테러 대응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소속 11개국과 미국, 캐나다의 관계 장관은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테러를 막기 위해 인터넷 감시와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증오와 테러를 선동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감시하고 필요하면 이를 삭제하는 데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인터넷 감시는 인터넷을 표현의 자유를 위한 광장으로서 존중하면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인터넷과 통신 등을 통한 전방위 정보수집 사실을 폭로한 ‘스노든 게이트’에서 보듯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훔쳐보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행위가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유럽 정보 당국과 구글유럽과 같은 포털 업체들이 인터넷의 개인정보 처리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정보 당국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개최된 테러 규탄 거리행진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과 전화 등 통신망 활용이 정부 기관의 영장이나 감청 활동의 성역이 될 수는 없다”며 “예비 테러리스트 감시를 위해 통신감청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3개국 장관 모임에서는 아울러 EU 국가 간 국경을 드나드는 유럽 국적 시민의 이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심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26개 EU 회원국 간 여권 검사 등 국경 통제를 하지 않는 솅겐조약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스페인 조르제 페르난데스 디아스 내무부 장관은 “지하디스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려면 결국 솅겐조약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당수도 지난 9일 “테러를 막으려면 솅겐조약의 효력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U는 인터넷 및 국경 통과 제한과 관련해 다음 달 12일 EU 정상회의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