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신년 회견-인적쇄신] 여론과 거리 멀어… 집권 3년차 ‘험로’ 예고

입력 2015-01-13 03:34 수정 2015-01-13 10:25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국정운영 구상을 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옆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앞줄 오른쪽부터) 등 청와대 참모들이 앉아 경청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취임 후 두 번째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은 좀 더 소통을 강화하겠지만 국면전환용 개각과 인위적인 인적 쇄신은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 일신 차원의 커다란 변화 대신 박 대통령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정치권 요구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어서 3년차 야당과의 원활한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기춘 실장·비서관 3인방에 무한한 신뢰=청와대 인적 쇄신에 대한 박 대통령 생각은 결론적으로 의혹에 휘말렸다고 해서 책임을 씌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 대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주셨다.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하셨다”고 말했다.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도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할 정도로 애정을 보여줬다. 15년 이상 가까이 보좌해 온 비서관 3인방을 교체할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천명한 것이다.

◇당분간 유임된 김기춘 실장, 적절한 교체 시점은=다만 김 실장과 관련한 박 대통령 언급을 보면 재신임 속에 당분간 유임시키되 적절한 시점에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많다. 당장 교체는 없지만 조만간 퇴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조직개편 언급도 김 실장의 자연스러운 퇴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3월 또는 공무원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 등 핵심 구조개혁을 마무리한 뒤 5월에나 돼야 정홍원 총리와 동시에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야당 강력 반발 등 정국 험로 전망=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핵심 3인방에 대한 야당의 교체 요구를 박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향후 정국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3년차 개각 가능성에 대해 “해양수산부라든지, 꼭 개각을 해야 할 곳을 중심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소폭 개각이라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야당이 요구한 국무총리 교체 등 중폭 이상 개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 요구를 외면한 셈이어서 향후 정국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청와대발(發) 각종 의혹과 파문으로 국민적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는데도 인적 쇄신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선언’ 이후 국민 여론의 악화도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 특보단 출범보다 중요한 것이 대외적으로 정부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그런 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무특보 신설 등 청와대 조직개편=청와대 조직 개편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대통령 특보단 신설과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3년차에 국정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에서 주요 수석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특보단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참모들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국정과제 이행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 외에 정무특보, 홍보특보 등을 둬 국회·당청·대외 소통 및 협의의 폭을 넓힌다는 얘기다.

대통령 특보는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생겨난 자리로, 청와대 비서실 등 정식 참모와는 구분된다. 소통 및 국정동력 강화 차원에서 나온 구상이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칫 특정 인사를 위해 자리를 만들거나 특보 자리에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 기존 청와대 및 내각 멤버가 다시 기용되는 ‘위인설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보단은 대통령이 일례로 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짜여진 것은 아니고 향후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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