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교양프로그램이 사라졌다!

입력 2015-01-14 00:52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 후속으로 오는 25일 첫 방송 예정인 ‘애니멀즈’는 예능 ‘무한도전’ 출신 제영재 PD와 명품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2009)을 제작한 김현철 PD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스타가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사실적으로 담는다. 개그맨 장동민(35)과 그룹 지오디 멤버 박준형(45),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40)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교양 PD와 예능 PD의 협업으로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모아지지만 한편으론 MBC 간판 다큐 PD였던 김 PD가 주말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분위기도 있다.

◇“시청 트렌드 반영”…교양 사라지는 TV=MBC는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을 통해 교양제작국을 해체시켜 외주제작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 예능국 산하에 제작4부로 분리시켰다. 회사 측은 “조직개편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조치”라며 “콘텐츠제작국은 콘텐츠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예능1국 제작4부는 취약 부분인 인포테인먼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직 개편 직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불만제로’와 ‘원더풀 금요일’을 폐지했고 교양 PD들도 뿔뿔이 흩어져 새 보직을 배정받았다. 김 PD는 이 조직 개편으로 교양제작국 소속에서 예능국 제작 1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교양 PD출신으로 예능 PD가 된 것이다.

‘애니멀즈’는 그가 제작하는 첫 예능 프로그램이 됐다. 당시 내부 구성원들과 외부 언론 관계자들 대부분이 “방송의 공적 책임을 포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KBS도 1월 시작된 대개편을 통해 교양 프로그램의 비중을 다소 줄였다. 지난 11월과 비교해 볼 때 교양 프로그램은 1TV의 경우 전체의 61.4%에서 57.8%(한 주에 6190분에서 5730분)로, 2TV는 전체의 46.2%에서 45.3%(3905분에서 3865분)으로 축소됐다.

◇교양도 예능 스타일로…“방송사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해야”=교양으로 분류된 프로그램 중에서도 KBS 1TV ‘이웃집 찰스’나 ‘엄마의 탄생’의 경우 예능적 요소가 강하다. 화요일 오후 7시30분에 방송되는 ‘이웃집 찰스’는 지난해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코드로 사용되고 있는 외국인을 앞세웠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과 적응하면서 벌어지는 생생한 경험담을 담는데 13일 방송 분에선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호감과 비호감에 대해 토론을 한다. 진행자로는 가수 알렉스(본명 추헌곤·36)가 출연한다.

수요일 오후 7시30분에 방영되는 ‘엄마의 탄생’의 경우도 육아 예능의 인기를 이어가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연예인 부부의 출산부터 신생아를 기르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현재 가수 강원래(45)와 김송(42) 부부, 개그맨 염경환(44), 우즈베키스탄 출신 방송인 굴사남(27)의 가정이 등장해 아이를 기르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방송인 박지윤(35)이 진행을 맡았다.

또 MBC ‘사람이 좋다’나 SBS ‘잘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처럼 교양 성격을 띠면서 연예인만을 출연시켜 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교양 프로그램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KBS나 MBC 모두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3일 “방송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교양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예능화한다는 것은 그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