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 9월 신학기제 도입 찬성과 반대

입력 2015-01-14 01:50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한국선진화포럼 특별위원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하나로 9월 신학기제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함에 따라 교육계에서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9월 학기제를 택하고 있는 실정이라 국제 인력 교류 활성화와 학사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3월이 아닌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4월쯤 가을학기제 전환 모형들을 제시하고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러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 내년까지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을학기제 도입에는 상당한 비용과 혼란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거세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9월 신학기제는 1961년 현행 3월 학기제가 정착된 이후 1997년부터 두 차례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정부의 공론화 작업에 앞서 찬반양론을 들어본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이래서 찬성-학사일정 글로벌 표준화 장기적으론 모두가 이익

우리는 현재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해 통산 1600만명의 한국인이 해외로 나갔고, 14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국내에는 180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으며, 그 자녀는 20만명에 달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의 수는 170여개국 700만명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시대는 글로벌 인재양성의 시대를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나가 있는 학생은 22만명이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9만명이다. 이것은 가계의 교육투자로 봐야 하지만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는 매년 4조원 이상의 유학·연수 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외 유학생은 물론 해외동포 자녀, 국내 외국인 자녀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제공하고 인재를 기르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가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좋은 파트너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과정에서 불편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신학기제를 운영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대부분 좋은 대학과 학교는 세계 국가의 70%가 있는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9월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학생들은 3월에 시작하는 국내 학제와 9월에 시작하는 국제 학제의 차이로 외국에 나갈 때와 다시 국내로 들어올 때 반년씩 1년 정도의 손해를 본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유학생도 같은 정도의 시간적인 손실을 본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도 9월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유학을 고려하는 중국인 학생은 일차적으로 9월 학기제를 운영하는 서구 국가의 대학과 학교를 선택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중국인 유학생은 특별히 선호해서 선택한 경우가 아니라면, 9월 학기제를 운영하는 서구의 대학에 여러 가지 이유로 진학하지 못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는 국내 학기제로 인해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제도를 바꾸는 수고로움과 추가적인 비용은 제도를 바꾸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국제적인 통용성의 제고뿐만 아니라 그동안 겨울방학 이후 3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 달간의 귀중한 시간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던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입시로 인해 추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면서 겨울방학 기간을 줄이고 여름방학 기간을 늘리면 사회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긴 여름방학 동안 공공기관과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며 사회를 익히고 졸업 후 취업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거나 해외여행을 통해 국제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초·중·고 학생들도 마음껏 소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이를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시대에 맞지 않는 현재의 학기 제도를 고쳐야 한다. 9월 신학기제는 국제적으로 본류(main stream)이고, 3월 학기제는 지류(side stream)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뭄이 들면 지류부터 먼저 마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호환성이 약한 소프트웨어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소멸됐음도 판단의 준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이래서 반대-‘교육시계’ 바꾸면 대혼란 엄청난 사회적 비용 우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뜬금없이 경제 부문이 아닌 현행 3월 봄학기제를 9월 가을학기제로 바꾸는 교육 분야 정책이 발표됐다. 경제 정책과 가을학기제 정책은 백보를 양보해 아무리 따스한 눈길로 생각해봐도 잘 맞는 궁합이 아니다.

기재부의 가을학기제 추진 논리는 현재의 3월 학기가 국제적 추세와 맞지 않아 외국 학생이 국내에 들어오거나 우리나라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될 때 입학 시점 차이로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시기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일본 호주 정도만이 봄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점을 보면 어느 정도 그럴듯한 논리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학기제는 이미 1997년과 2006년 논의된 적이 있지만 모두 엄청난 사회적 비용 문제로 혼란만 초래하고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런 배경을 놓고 볼 때 왜 지금 가을학기제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학기가 3월로 정착된 것은 1961년이었고, 이전인 미군정에서는 9월 학기제를 도입한 적도 있다. 현재와 같은 3월 학기제는 경제 여건이나 사회생활, 기후여건, 일반회계연도와의 연관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입학시험이 장마 때와 겹치는 문제로 인해 고심 끝에 결정된 것이다. 1945년 미군정 당시 9월 학기제가 도입된 이후 새 학기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국제적 추세가 최우선 고려사항이었다면 3월 신학기제는 도입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국 학생의 국내 유치가 필요하다고 해서 9월 학기제가 도입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내 대학에 학위나 연수를 목적으로 온 외국 학생은 지난해 8만5000명 정도인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유학 및 연수 수지는 10년 전과 별로 차이가 없이 4조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 학생 유치가 9월 학기제 도입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이전과 비교해 외국 학생 수에 차이가 없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별 문제없이 적극적으로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대학은 학년단위보다 학기단위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어 새 학기 시작 시점에 대해 별로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조기유학은 합법적으로 중학교 졸업생만 나갈 수 있어 실제 학기 불일치로 불편한 학생은 2000∼3000명에 불과할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경제 활성화와 가을학기를 연결하는 정부 논리가 궁색하고 어색한 모습이다.

정부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가을학기제가 추진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단순히 학기를 3월에서 9월로 옮기는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을 비롯해 사회 경제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교육혁명'과도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사회경제적 영향력으로 보면 '화폐개혁'과 가을학기제 개편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9월 학기가 적용되는 특정연도의 학생만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과 관계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게 된다. 특정학기의 학생 수 증가나 교원 부족 현상은 당연한 것이고, 수능 일정이나 취업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모든 혼란을 적게는 3년, 많게는 16년 동안 특정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소요되는 재정비용도 8조∼10조원 정도이며,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과연 이런 비용과 혼란을 겪으면서까지 9월 신학기제를 추진해야 할 실익이 높지 않다. 지금은 신학기제 논의보다 더 중요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라는 시점이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신학기제 개편 논의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한국선진화포럼 특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