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아메리칸 스나이퍼’… 이라크전에서 160명 저격한 미국 영웅 얘기

입력 2015-01-14 02:13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미군 저격수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이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전에서 160명(비공식 255명)을 저격해 미국 육군 사상 가장 많은 적군을 죽인 전쟁 영웅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역시 실존 인물을 다룬 앤젤리나 졸리 감독의 ‘언브로큰’이 전쟁 때문에 겪어야 했던 한 인간의 역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는 영웅의 애국심을 강조했다.

약자인 양과 약자를 괴롭히는 늑대, 약자를 보호하는 양 치는 개. 이 세 부류 중 양 치는 개가 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 카우보이가 꿈이었지만 미 대사관이 테러를 당하는 뉴스를 보고 분개해 입대를 결심한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으로 거듭난다.

결혼과 함께 찾아온 9·11 테러로 이라크전에 파병된 카일은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전쟁터에서 아군을 지키는 저격수로 맹활약하며 ‘전설’로 이름을 날린다. 집에 돌아와서도 죽어간 동료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카일은 또 다시 전쟁터로 떠난다. 파병이 반복되는 사이 아내 타야(시에나 밀러)는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며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네 번째 파병에 앞서 아내 타야는 “다시 사람이 돼 달란 말이야”라고 울부짖지만 카일은 끝내 전쟁터로 향해 수많은 아군 희생자를 낸 적군의 저격수 무스타파를 총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 과정에서 전쟁터의 긴박감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하지만 카일이 전역 후 겪은 환청 등의 후유증과 아버지이자 남편이 되기 위한 노력 등은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잊지 않는 미국의 예우가 강조됐다. 적군의 저격수 무스타파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영웅이지만 “아군을 숱하게 죽였으니 복수해야 한다”는 대사로 미국식 영웅주의를 드러낸다. 브래들리 쿠퍼는 체중 17㎏을 늘려 카일을 그럴듯하게 연기했다. 이스트우드의 노련한 솜씨로 마지막 장면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1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32분.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