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듯하지만 아버지의 속정은 깊다… ‘국제시장’ 이어 부성애 다룬 영화 ‘허삼관’

입력 2015-01-14 00:09
영화 ‘허삼관’에서 주인공 허삼관(하정우)과 허옥란(하지원)의 결혼식 장면. 신랑신부와 하객들 모습, 뒤쪽 만국기 등이 1950년대의 아스라한 풍경을 보여준다. 추억의 결혼식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제시장’에서도 나온다. 뉴(NEW) 제공

1950∼60년대 어려웠던 시절,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또 한 편의 아버지 얘기가 극장가에 찾아온다. 15일 개봉되는 ‘허삼관’은 ‘국제시장’에 이어 부성애(父性愛)를 바탕으로 적당히 웃기다가 울리면서 감동에 젖게 하는 코믹 가족영화다.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6·25전쟁과 가난했던 시절의 풍경이 스쳐 지나가지만 신파는 아니다. 웃음과 눈물 코드가 ‘쿨’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별 볼일 없는 총각 허삼관(하정우)은 강냉이를 파는 마을 처녀 허옥란(하지원)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옥란에게는 만나는 남자 하소용이 있다. 피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 허삼관은 옥란에게 만두와 냉면, 불고기를 사주면서 “저한테 언제 시집오실 거예요?”라고 대뜸 묻는다. 옥란의 아버지를 찾아가 “같은 허씨니까 대를 이을 수 있다”며 결혼 허락을 받아낸다.

결혼 후 세 명의 아들을 두었다. 자신을 닮아 의젓한 일락, 옥란처럼 꼼꼼한 이락, 철없는 막내둥이 삼락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허삼관에게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들려온다. 첫째 일락이가 하소용을 닮았다는 것이다. 11년 동안 남의 아들을 키웠다는 말인가? 허삼관은 혈액형 검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낸다. 결론은 일락이 허삼관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

실망한 허삼관은 일락에게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아저씨라고 불러”라며 남의 자식 취급을 하고 옥란에게는 걸핏하면 성질을 내고 누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이 과정에서 웃음 코드가 작동한다. 그러나 일락이 병에 걸려 입원하고 허삼관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피는 다르지만 낳고 기른 정이 있는데 아버지는 아버지인 것이다.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문화대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원작 대신 한국전쟁 직후의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

하정우 하지원, 두 하씨 배우가 허씨 부부를 연기했다. 1600대 1의 경쟁을 뚫고 일락으로 캐스팅된 아역배우 남다름(15)의 연기가 남다르다.

‘국제시장’이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를 그린다면 ‘허삼관’은 때로는 가족에게 억지도 부리고 성질을 냈다가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깊은 속정을 드러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 하지원이 엄마 연기에 처음 도전하고 장광 주진모 성동일 김성균 조진웅 정만식 등 조연들의 감초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12세가. 123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