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울프팩’… 진화하는 테러 양상

입력 2015-01-13 02:24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세가 지속되면서 테러의 양상도 진화하고 있다. 9·11테러, ‘이슬람국가(IS)’의 학살 등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던 대규모 조직 테러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가 발호하더니 이제는 은닉과 기동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울프팩(Wolf Pack·늑대무리)’ 경계령이 내려졌다.

영국 BBC뉴스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리 엡도’ 테러에서 정보 당국이 테러범에 완패한 이유를 되짚으면서 “이제는 독립적인 외로운 늑대와 조직에 의한 대규모의 전통적 테러, 그리고 양쪽의 속성을 접목한 소규모 그룹 단위의 울프팩을 동시에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테러범들의 행태가 폭탄을 터뜨리는 것에서 총격과 인질극으로 양상이 달라졌음을 주목했다. 폭탄테러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라도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고 금세 뉴스 가치가 소모된다. 하지만 연쇄 총격 및 인질극은 장시간의 대치와 언론 노출을 야기해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최적의 조합이 바로 울프팩 전술이라는 설명이다.

울프팩은 소규모 그룹에 독립성을 부여해 자율적이고 기동력 있는 전투 수행을 가능하게 했던 독일의 잠수함 전술에서 유래했다. 테러조직들은 기동력을 갖춘 소수의 경무장 지하디스트들이 자율적인 동선으로 이동 테러를 자행하게 하면서 울프팩을 변용하고 있다. 전력상 서방과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는 알카에다와 IS 등 테러조직이 찾은 저비용 고효율의 맞춤전술인 셈이다.

원래부터 당국의 요주의 인물들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외로운 늑대와는 달리 울프팩 구성원들은 의심을 사지 않고 평범하게 생활하는 고도의 ‘위장’에도 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을 벌인 아메디 쿨리발리와 동거녀는 ‘이웃들로부터 평판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쿨리발리는 코카콜라 공장의 모범 노동자로 선발돼 2009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파리 테러범들에게 이슬람 근본주의와 무기 사용법 등을 가르친 ‘정신적 지주’ 파리드 베네투는 테러 전날까지 당시 희생자들이 이송된 병원의 간호사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