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노사 합의 없어도 통합 가능” 압박에 외환은행 노조 “대화 용의”

입력 2015-01-13 00:15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과 관련해 대화 의지를 밝혔다. 통합 협상이 지지부진한데다 금융 당국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상황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가 정당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의 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노조는 하나금융 대리인인 외환은행장에게 서신을 보내 향후 60일 이내인 3월 13일까지 통합 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합의문 논의 대신 곧바로 본협상에 들어가자고 한 것이다.

양측 노사는 2012년 2월 17일 향후 5년간 통합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2·17합의서’에 합의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 통합을 꺼내들면서 노사 간 첨예한 의견충돌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금융위원회 중재 하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추진했으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2000여명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사 간 합의 없이 통합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다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노사 간 합의를 이룬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 의지를 밝혔지만 하나금융 측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달 내 독자적으로 금융 당국에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