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신년 회견-한일관계] ‘정상회담 무용론’ 버렸지만… 日 변화 촉구 톤 강해져

입력 2015-01-13 01:36 수정 2015-01-13 10:33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취임 이후 줄곧 대일 관계에 대해선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역사인식 변화부터 촉구했던 데서 보다 진전된 발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후 2년 가까이 열리지 못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정상회담을 못할 이유는 없다”며 “정상회담을 하려면 의미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금과 같은 역사인식을 갖고 과거와 똑같은 발언을 반복한다면 정상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던 때와 사뭇 다른 뉘앙스다.

박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무용론’ 기조는 지난해 중순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다가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 필요성을 거론한 데 이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아세안+3 정상회의 과정)까지 전격 제안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 발언도 이런 연장선상이란 분석이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여건을 잘 만들어서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정상회담 개최를 전제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일본 측의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경우 연세가 상당히 높아 조기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영구미제로 빠질 수 있다”면서 “그것은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무거운 역사의 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구미제’ ‘일본에도 역사의 짐’이란 말은 과거보다도 수위가 높다. 아울러 “(한·일 간) 합의안이 나와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소용없다”고도 했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안을 갖고 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새로운 한·일 관계는 일본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 위안부 문제는 ‘요시다 증언’에 대한 아사히신문 오보 인정 이후 되레 후퇴하는 분위기다. 근래 들어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부분이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다음 달 22일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표기명)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다. 3, 4월에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및 외교청서 발표와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 등이 잇따라 군 위안부 문제에 이어 독도 영유권 갈등으로 양국이 다시 긴장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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