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시 심해지는 신규채용 男超… 격차 5%P로 치솟아

입력 2015-01-13 03:57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에는 직장인 여성의 고충을 담은 에피소드가 나온다. 극중 여직원 안영이(강소라 분)는 상사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질타를 받는다. 더 중요한 업무를 위해 잠시 미뤄뒀던 것이지만 상사는 “그럼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될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등장한 “이래서 여자랑은 일을 못 하겠다”는 발언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단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적지 않은 회사에서 여직원을 탐탁지 않아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업의 신규 채용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유통회사에 지원한 취업준비생 김모(27·여)씨는 “면접장에서 임원들 질문이 능력에 대한 것보다는 ‘여자인데 조직문화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 ‘임신하면 그만둘 생각이냐’ 등 남녀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며 “당황스러운 걸 넘어 불쾌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구직자 5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74.4%가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받은 것으로 느꼈다고 답했다.

실제 청년층(15∼29세)의 신규 채용 결과를 봐도 거의 매년 남성의 비중이 여성을 웃돈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자료를 분석해 낸 ‘청년층 신규 채용 변화 추이 및 특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된 청년의 비중은 남성(52.5%)이 여성(47.5%)보다 5% 포인트 많았다. 여성이 취업 시장에서 천대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성별 인구 구성이나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따져봐야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남녀 비중의 격차가 한때 많이 좁혀졌다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03년 6.4% 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청년층 신규 임금근로자의 남녀 비중 차이는 2008∼2010년 2∼3% 포인트까지 좁아졌고, 2011년에는 오히려 여성 취업자가 0.4% 포인트 많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었다. 그러나 다시 2년 새 5% 포인트대로 치솟은 것이다. ‘여성시대’가 된 지 오래라는 한국사회지만 청년취업 시장에서는 여성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최바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최근에 남성 채용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게 아니라 2008∼2010년 당시 경제위기로 채용 자체가 막히면서 일시적으로 격차가 줄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삼으며 취업 분야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여성의 취업 확대를 꾀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육아휴직제, 자율 출퇴근제 등 모성보호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인 상용직 비율은 남녀 모두 30%에 못 미쳤다. 상용직 비율은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남성 24.6%, 여성 22.8%)을 제외하고 매년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지난해 경우 여성의 상용직 비율은 28.8%였고, 남성은 23.2%를 기록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