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最古) 역사를 지닌 ‘대종상영화제’를 주관하는 단체의 집행부가 수년간 정부 보조금을 빼돌려 판공비나 급여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정인엽(76) 전 회장과 강모(56) 전 사무총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정씨는 1980년대 ‘애마부인’ 시리즈를 연출한 원로 영화감독이다. 2010년 3월부터 3년간 대종상을 주관하는 영화인총연합회장이자 영화제의 당연직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정씨 등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영화제 행사비 및 시상금 등 명목으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은 보조금 가운데 4억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사 대행업체에 거래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금은 1억5000만원에 불과한데도 3억원인 것처럼 허위 계약을 맺고 차액을 다시 송금받는 식이었다. 정씨는 ‘춘사대상영화제’와 ‘신상옥청년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행사비용을 부풀려 2억4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전력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협회 운영경비가 부족하다 보니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행사 대행업체에 리베이트를 받아 충당하는 게 관행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62년 문교부가 제정한 대종상영화제는 정부 주도로 개최되다 25회부터 영화인 단체가 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심사의 불공정성, 이권 다툼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독립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했지만 2013년 2월 법원에서 “사단법인 결의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애마부인’ 감독이 보조금 꿀꺽… 말 많고 탈 많던 대종상영화제
입력 2015-01-13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