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여론보다 ‘마이웨이’를 선택하다

입력 2015-01-13 02:26 수정 2015-01-13 10:38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기 정국의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민정수석 항명 파문으로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국민여론에 순응하기보다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무위에 그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과 4대 부문 개혁 추진, 통일 준비에 과연 힘이 실릴지 의문이다. 하나같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성과를 내기 힘든 국정과제여서 걱정스럽다.

대다수 국민은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개편을 바라고 있다. 현 진용으로는 국정 쇄신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수행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이미 조직 장악력을 상실했음에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을 부각시키고, 민정수석의 언행이 항명이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시중 여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의 손발로서 의혹에 휩싸였다는 자체가 경질 요인임에도 민의에 귀를 닫아 아쉬움을 더한다. 김 실장의 경우 하루라도 빨리 바꿔 비서실을 정비하는 게 옳다.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 수습 실패로 사실상 존재 가치를 잃었다. 두 명의 총리 내정자가 낙마해 하는 수 없이 유임됐다면 가급적 빨리 교체하는 게 순리다. 후임자를 찾지 못해 해를 넘긴 것은 코미디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개각에 대해 “해양수산부라든가 꼭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취임 2주년(2월 25일)을 전후해 총리를 포함한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리미리 준비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그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장황하게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다만 청와대에 특보단을 구성해 국회 및 당청 간 긴밀한 소통을 도모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특보단이 수석비서관들을 보좌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통령과 국민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에서처럼 특보단을 ‘측근 자리 만들기’로 악용하는 것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파문에 대한 인식에서 알 수 있듯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당장은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만나 여론을 정확히 청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및 일본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돌파구가 될 만한 새로운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에 즉각 응할 것을,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자세 전환을 요구했다. 지난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정세가 급변하는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남북 및 한·일관계 정상화는 빠를수록 좋다. 외교역량 강화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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