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사활 건 수주戰

입력 2015-01-13 01:00

올해 공공공사의 ‘최대어’로 불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를 놓고 물밑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총공사비가 1조4000억원이고 대표사의 시공지분만 80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형 건설사의 연간 공공공사 수주액을 웃도는 규모다.

원전 시공 경험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입찰을 앞두고 서로 유리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 대표사 자격을 보유한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SK건설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마감을 앞두고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수익성과 담합 규제 등에 대한 부담으로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수주를 기피하는 최근 흐름과 정반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2일 “신고리 5·6호기 수주는 그 자체로도 공사비 규모가 크지만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한 시공 실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따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전체 공공공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수주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5·6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고가치 낙찰제를 적용해 발주하는 첫 사업이다. 기술력을 중시하는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이 적용돼 기술력 평가 항목이 전체 가중치의 80%를 차지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이 유력 러닝메이트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2010년 대표사 자격으로 신울진 1·2호기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입찰 조건에 ‘후속 국내 원전에 연속 대표사 참여는 불가하다’는 조항이 있어 신고리 5·6호기는 파트너사로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신고리원전에 적용될 원자로 모델인 APR1400의 경우 대표사로 설계·시공 경험이 있는 회사는 현대건설뿐이다.

여기에 원전 시공 자격은 보유하고 있지만 시공 실적이 없는 건설사들도 전례 없이 의욕적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경남기업 금호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코오롱건설 삼부토건 등 8개사가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입찰 조건에 미실적사를 반드시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다. 미실적 업체 입장에서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시공 노하우도 배우고 실적도 쌓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건설업계는 대우건설·현대건설, 삼성물산·두산중공업, 대림산업·SK건설의 3파전 구도로 컨소시엄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주일 남은 PQ 신청 마감까지 전략적 필요에 의해 컨소시엄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