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의 새 코너 ‘부엉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했다는 항의를 받고 있다. 11일 오후 방영된 ‘부엉이’는 얼굴에 부엉이 탈을 쓴 개그맨들이 만담 형식으로 삶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날 첫 방송된 코너에선 산속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장유환 분)이 도와달라고 외치자 부엉이(이상구 분)가 길을 안내해 주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등산객은 부엉이의 도움을 받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졌고 부엉이는 “쟤는 못 나나봐”라며 읊조렸다. 이들 옆에서 물구나무를 서던 박쥐(박성호 분)는 “지금 낭떠러지로 떨어진 저 사람의 기분을 내가 알 것 같아”라면서 웃음을 유도했다. 코너는 시청률 조사회사 TNmS 전국 기준 23.2%를 기록해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장면을 두고 12일 현재 시청자 게시판에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연상시킨다”며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등산복을 입고 사저를 나와 마을 뒷산인 봉화산을 등반하던 중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같은 날 방송된 코너 ‘사둥이는 아빠 딸’ 또한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보수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자주 사용되는 ‘김치녀’란 단어가 등장했다.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 출연자가 “나는 꼭 김치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될 거다. 명품 백을 사 달라”고 말했다. ‘김치녀’는 지나치게 남성에게 의존하고 사치스러운 여성을 비하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한 네티즌은 “요즘 비만, 여성 외모 차별 등 적정선을 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점을 찍었다”며 “어떻게 김치녀란 단어가 방송에 나올 수 있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방송 프로그램이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개콘은 지난해 11월 9일 방송에서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 캐릭터에 출연자 얼굴을 합성하면서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함께 등장해 곤욕을 치렀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선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이야기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그림을 원본이라고 소개했고 MBC는 2013년 ‘기분 좋은 날’에서 미국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내보내 뭇매를 맞았다.
개그콘서트 측은 ‘김치녀’ 논란에 대해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점에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의도였다”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터넷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부엉이’에 관련해선 “특정 정치성향을 표방하는 커뮤니티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제작진의 의도와 무관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개콘’ 노 前 대통령 죽음 희화화 논란
입력 2015-01-13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