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군 비리의 끝이 안 보인다. 방위산업 납품 비리로 얼룩졌던 2014년을 뒤로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군 시설 공사의 ‘검은 거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군 관사 수주 비리에서 시작된 대보그룹 뇌물 사건이 파주·양주 병영시설 공사,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중 하나인 ‘BCTC’ 사업 등 최소 2곳 이상의 다른 사업으로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현직 육·해·공군 장교들이 골고루 연루된 데다가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평가심의위원회(평심위)는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군 시설 공사 뇌물수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일 구속된 민모 대보그룹 부사장, 장모 대보건설 이사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현역 장교 10여명을 대상으로 1000만∼2000만원씩 모두 1억5000만원 안팎의 뇌물을 건넨 단서를 확보했다. 또 대보그룹이 ‘육군 이천 관사 및 간부숙소 공사’(500억원 규모) 외에도 ‘파주·양주 병영시설 공사’(645억원)와 ‘BCTC 및 단기체류 독신숙소 공사’(537억원)를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로비는 참가 업체의 적격성이나 기술 문제 등을 검토해 의견을 내는 평심위에 집중됐다. 군 시설 공사의 설계·시공평가 등을 총괄하는 평심위는 영관급 이상의 장교, 대학 교수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군에 몸담고 있는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 로비에는 대보그룹 예비역 장교 출신 임원들이 총동원됐다. 민 부사장은 육군 대령, 장 이사는 중령 출신이다. 예비역 민간인과 현역 군인 사이에 뒷돈으로 얽힌 공생관계는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자신의 부대 내 집무실에서 현금 뭉치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심의위원들 중 일부는 대보그룹의 전방위 로비에 굴복해 ‘브로커’ 노릇까지 했다. 통영함 등 각종 방산비리에서 불거졌던 ‘군피아’의 유착 고리를 다시 보는 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단과 특별 감사단을 출범시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군 관련 비리를 ‘이적행위’로 간주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이참에 방산비리뿐 아니라 군 발주 공사를 전수조사라도 해서 그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하겠다. ‘검은 커넥션’의 전모도 낱낱이 밝혀내야 하며, 군 당국의 뼈를 깎는 자정도 있어야 한다.
[사설] 군 시설 공사비리 전수조사라도 해서 뿌리 뽑아라
입력 2015-01-13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