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Stop… 운전자 없이도 ‘척척’

입력 2015-01-14 00:56
아우디의 A7을 개조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잭’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부터 885㎞를 달려와 CES 전시장이 있는 라스베이거스 시내 도로를 운전자 도움 없이 주행하고 있다. 아우디 제공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개조해 제작한 자율주행차가 지난해 미국 모하비 사막 도로를 자율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구글이 지난해 5월 공개한 버튼만으로 움직이는 무인전기차. 구글 제공
운전자의 도움 없이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 2015’ 마지막 날인 지난 9일(현지시간), 야외전시장 한 곳에는 아우디가 2009년부터 개발해온 자율주행차 4대가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2009년 미국 유타주의 소금 평야를 운전자 없이 210㎞로 달렸던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셸리’, 2012년 미국 네바다주의 허락 하에 실제 도심 도로를 60㎞ 이하로 달렸던 자율주행차, 2014년 가을 독일의 자동차 경주로를 전문 운전자와 비슷한 속도인 시속 240㎞로 달린 자율주행차, 이번 CES를 기념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550마일(885㎞)을 자율주행한 A7 개조 콘셉트카인 ‘잭’이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에 달린 여러 개의 센서가 도로 상황을 파악해 운전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동차다. 잭에는 레이저와 카메라 등 20개의 최첨단 센서가 장착돼 있다. 250m 앞 상황까지 파악하고, 운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주변이 모두 감지되는 수준이다.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는 무인차(driveless-car)도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개념이다. 요즘 보편화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가장 초기적인 자율주행 단계이고, 차선이탈방지장치, 자동주차장치, 측·후방감지장치 등 첨단 기능들도 자율주행의 기술들이다.

아우디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09년 무인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구글은 2010년 고속도로에서 무인차를 시험주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운전대가 없는 2세대 무인차를 선보였으며, 지난해까지 1100만㎞의 실제 도로를 무인자동차로 주행했다.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차 개발도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가 지난해 미국 모하비 사막 도로를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기술적으로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장치의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3년 8월 S500 연구차량으로 도심 도로 53㎞와 시외 도로 50㎞ 등 모두 103㎞를 운전자 없이 달렸고, BMW는 이미 2011년에 자체 개발한 무인차로 독일 뮌헨에서 뉘른베르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주행에 성공했다. 도요타나 닛산 등 일본업체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자율주행차가 언제쯤 상용화될 지는 회사나 기관마다 전망이 다르다. 빠르면 2018년쯤 자율주행차가 양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투자회사인 모건 스탠리는 2026년 이후에야 자율주행차 보급을 위한 법적·인프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오려면 15년이 더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혹은 무인차 기술 수준은 ‘통제되고 정비된 도로’에서 운전자 도움 없이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정도다. 차선이 그려진 복잡하지 않은 고속도로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도심에서의 시험 주행들도 성공적인 편이다. 10년이 되지 않은 개발 시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진보다. 그러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는 여전한 숙제다. 자율주행차가 차선이 지워진 도로, 체증이 심한 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전거와 사람 등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는 어려운 단계다. 자율주행차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판단하는 컴퓨터 기술이 사람 보다 우수하고 정확하다고 단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시니어 엔지니어인 대니얼 리핀스키씨는 “현재는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는 수준”이라며 “차선변경, 앞지르기, 인터체인지 통과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기술적인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컴퓨터에게 물어야 할지, 운전자에게 물어야 할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은 남아 있다. 자율주행을 컨트롤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의 기술개발은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는 2035년 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118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라스베이거스=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