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스벤 크라머(29·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입니다. 동계올림픽에서만 3개,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 및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0개가 넘는 금메달을 쓸어 담은 슈퍼스타죠. 우리에게 ‘피겨 여왕’ 김연아(25)가 그랬던 것처럼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크라머는 자부심이고 자랑거리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인이기도 하죠.
이런 크라머가 우리나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트위터(@SvenKramer86)에서 특별한 순간을 우리말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팬 서비스 차원으로 중국어, 일본어 사이에 우리말을 끼워 넣는 다른 미주·유럽계 스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크라머의 특별한 순간은 오직 우리말로만 적혀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8일부터였습니다. 크라머는 현역선수로 마지막일 수 있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선언을 우리말로 작성했습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우리나라 네티즌과 처음 나눈 인사였습니다. 크라머는 이후부터 우리말 트윗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거스 히딩크(69)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사진을 촬영하고, 대표팀의 새 단체복을 공개하고, 조국의 명소를 소개하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갈 때마다 우리말로 인사하며 알렸습니다.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2차전 출전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21일에는 거리에서 몰린 수십 명의 우리나라 팬들과 ‘셀카’를 찍어 올렸습니다. 현장에서 곧바로 사진을 올리면서 인터넷 번역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었는지 영어로 적었지만 감동의 인사만큼은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인사도, 올해 신년 인사도 모두 우리말이었습니다. 신년 인사에는 이모티콘까지 사용했죠. 외국인들은 웃는 표정을 표현할 때 ‘:)’이나 ‘:D’를 쓰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키보드 6과 함께 있는 탈자기호를 두 번(^^) 씁니다. 크라머가 바로 그걸 쓴 거죠. 네덜란드 슈퍼스타인지 우리 네티즌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크라머의 트위터는 12일 우리말로 또 한 번 들썩거렸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네티즌들이 크라머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크라머는 전날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막을 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개인 통산 7번째 정상을 밟았습니다. 대륙별 대항전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이 대회에서 크라머는 ‘빙속 황제’임을 다시 증명했죠. 크라머의 트위터로 몰린 우리 네티즌들은 네덜란드어나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축하한다”고 적었습니다. 크라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 네티즌의 인사를 이해하고 화답하겠죠. 크라머는 올해 첫 우승을 확정한 결승점에서 가슴 벅찼던 순간을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한국말 트윗·서울 거리 팬들과 셀카… ‘빙속 황제’의 멈추지 않는 한국 사랑
입력 2015-01-13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