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로의 ‘먹방골’은 시내에서 내륙 쪽으로 한 시간쯤 더 들어가야 닿는 조그만 시골 동네다. 지난달 26일 오전 도착한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먹방골의 유일한 교회인 영일교회(예장합동·권세훈 목사)는 낡은 창고 같았다. 교회 앞마당은 승합차 한 대만 간신히 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교회 담임인 권세훈(53) 목사의 안내로 들어간 사택 거실 바닥에서는 미지근한 연탄불 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거무스름한 권 목사의 안색은 한눈에도 환자임을 말해줬다. 신부전 환자인 그는 병원이 멀어 집에서 매일 4차례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그를 돌보는 아내 박유명(51) 사모 역시 최근 들어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상황이다.
권 목사 부부가 이 교회를 섬긴 지는 올해로 13년째. 상황은 열악하다. 40여 가구 되는 주민 가운데 성도 수는 노인 3명이 전부다. 하지만 권 목사는 “목사가 된 계기부터 이곳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기까지 모든 과정은 전부 하나님이 인도하셨다”면서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목회자로 이끈 건 한 권의 책이었다. 20대 초반,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백령도에서 복무할 때 ‘내 잔이 넘치나이다(정연희)’를 읽으면서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 뒤 무심코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주의 종이 되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35세 때 신학에 입문했다.
권 목사는 당초 청소년 사역 전문 목회자를 꿈꿨다. 하지만 2003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중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았다. 신장 기능이 40%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의사 조언에 따라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자 시골 교회를 수소문하다가 영일교회를 추천받았다.
“이전에 부임하려던 분들 상당수가 발길을 돌렸던 교회였어요. 너무 낡고 전도가 힘든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정말 전도의 열매를 보기 힘들었어요. 주민들과 지인들을 통해 이유를 따져보니까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상태가 열악해 교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권 목사는 기도와 준비를 거쳐 교회 건축을 준비했다. 교회 재정 등 전반적인 여건을 우선 고려했다. 현재 위치한 교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1322㎡(약 400평) 부지를 마련해 82㎡(약 25평) 되는 단층 건물에 예배당과 주방, 사택을 짓기로 했다. 총 건축 비용은 1억1500만원 정도로 잡았다.
권 목사는 본인의 신장이식수술 비용으로 수년 동안 조금씩 모아뒀던 돈과 문중 유산으로 받은 돈까지 모두 헌금하는 등 건축에 박차를 가했다. 소속된 예장합동 경동노회의 도움도 힘이 됐다. 지난해 봄에 건축을 시작한 교회는 올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5000만원 정도 되는 건축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권 목사는 신장이식수술을 이미 3차례나 연기했고, 박 사모도 신병 치료를 1년 가까이 미루고 있다. 모두 교회 건축을 위해서다.
권 목사의 바람은 소박하다. “저희처럼 몸이 아픈 분들이나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주민들,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들이 함께 예배 드리고 밥도 먹으면서 영육 간에 치유를 얻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포항=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포항 영일교회
입력 2015-01-13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