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개봉해 대박 흥행을 하고 있는 ‘국제시장’을 놓고 이념논쟁이 거세다. 정작 감독은 이 영화가 ‘가족 드라마’이자 험난한 역사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 바치는 헌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영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영화란 게 숙명적으로 선전·선동의 가장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의 특성은 초창기부터 인식됐다. 일찍이 1925년에 만들어진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 몽타주 기법의 효시로서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지만 내용상으로는 소련 공산혁명을 정당화하는 선전영화다. 그 5년 뒤에 제작된 루이스 마일스톤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오늘날까지 그만한 반전 영화를 찾기 힘들다. 또 1959년작인 스탠리 크레이머의 ‘그날이 오면’만한 반핵 영화도 없다.
국내서도 마찬가지. 좌파의 득세와 함께 친북·반미 풍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반미 선전영화들이 줄을 이었다. 반전을 표방한 ‘웰컴 투 동막골’(2005)부터 순수 오락영화인 ‘괴물’(2006)은 물론 심지어 ‘감기’(2013)까지.
그러니 만든 사람의 의도야 있든 없든 영화가 이념논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욱이 ‘좌파적’ 시각에서 영화를 만들어온 이들이 보면 ‘국제시장’은 ‘보수 반동’에 틀림없다. 이념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2006)을 놓고 전쟁이나 미군, 미국의 과거를 미화한 ‘수꼴 선전영화’라고 언성을 높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것이 궁금하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2) 영화의 색깔
입력 2015-01-1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