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사에 대한 최악의 테러가 지난 7일 발생했다. 주간지 샤를리 엡도에 무장 테러범이 난입해 편집장 등 12명을 살해했다. 알제리 출신 이민자 2세 테러범들은 편집회의 시간을 분명히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공격을 감행했고, 공격 대상을 호명하며 조준 사격했다. 총기를 다루는 기술이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테러범들이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을 주도한 두 명은 시리아에서도 활동했다.
테러범들은 총격 도중 “알라는 위대하다” “우리는 예언자의 복수를 수행했다”고 외쳤다. 이슬람교에 대한 풍자 보도로 유명한 언론에 대한 계획된 공격이었다. 샤를리 엡도는 2006년부터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우는 모습, 벌거벗은 모습, 휠체어를 타는 모습 등을 풍자적 말풍선과 함께 연이어 실었다. 이후 화염병이 투척되고, 홈페이지가 해킹 당하고,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장괴한들이 편집회의장에 무차별 총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테러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호주의 시드니에서 인질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16시간 만에 종료되었지만 두 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범인은 난민 출신 이란인이었다.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 시드니가 공격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CNN 방송에 나온 한 호주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테러 청정지역이라 불리던 호주에서도 무차별적 공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제 전 세계 곳곳에서 테러는 일상화되었다. 테러 양상도 더욱 극단적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4월에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과격세력 보코하람이 여중생 276명을 납치했다. 아직 이들 학생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름에는 이라크 및 시리아에 거점을 둔 이슬람국가(IS)가 미국 및 영국인 5명을 참수했다. 지난달에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정부군 부설 사립학교를 공격해 학생과 교사 140여명이 사망했다. 과거에는 흔치 않던 잔인하고 충격적인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마치 테러 세력들이 ‘인지도 경쟁’이라도 하듯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려는 열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무작위적 테러를 방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프랑스 공격과 호주 인질 사태에서 나타났듯 이제 테러는 개인 혹은 두세 명이 감행할 수 있는 분노와 불만의 표출 수단이 되어버렸다. 21세기 테러의 흐름이 개인 및 소규모 집단화, 테러 준비 및 실행의 용이성, 다문화사회 내 종교적 반감의 적극 활용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의 주체도 다양화되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테러 기법을 배우고, 주변 이웃에 대한 불만이 테러로 표출되는 시대다. 결국 테러의 완전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다고 테러 대비태세를 늦출 수는 없다. 특히 우리는 북한의 지속적인 공격과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곧 동계올림픽도 개최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시대에 진입했다. 이슬람 인구가 1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대테러 경계심이 고취되어야 할 시점이다.
테러 관련 기관의 정보력도 키워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대테러 협력 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구속력을 가진 ‘외국인 테러전투원 방지’ 결의안에 따라 테러 관련법도 재정비해야 한다. 적대국가도 없고 중동과 떨어진 유럽의 프랑스 그리고 남반구의 호주도 테러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
[시론-서정민] 글로벌 테러에 적극 대응을
입력 2015-01-13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