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前부회장, 전문경영인과 갈등탓 해임”

입력 2015-01-12 05:16

신동주(61·사진)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해임 배경에 현지 전문경영인과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설이 제기됐다.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문경영인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10일 “신 전 부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 사이에 경영방침과 관련한 대립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최종적으로 쓰쿠다 사장의 노선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 관계자를 인용, “이번 인사는 형제 간 다툼과는 관계없다. (해임 이후에도) 신 전 부회장의 그룹 보유 지분은 변함없어 후계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쓰쿠다 사장은 스미토모은행 출신으로 로열호텔 사장으로도 근무한 전문경영인이다. 신 총괄회장이 2009년 롯데홀딩스 사장에서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임명한 인물로, 신 총괄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19% 보유하는 등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닛케이는 이번 인사가 한·일에서 위기에 직면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신문은 “양국에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혼란을 조기 수습하고 사업을 재정비하려는 신 총괄회장의 의욕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한 교통정리 차원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형제에게 한국과 일본의 경영을 각각 맡긴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쫓겨나다시피 하면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언론에서 ‘추방’ 등의 표현까지 사용됐지만 일본 롯데그룹에서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는 것도 신 전 부회장의 재기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지난주 후반 귀국,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회장 등 형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모임을 가졌다.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만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