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세 모녀’ 남편, 수면제 먹인 뒤 범행

입력 2015-01-12 05:59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의 아내와 큰딸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구속된 남편 강모(48)씨가 수면제를 먹여 이들을 재운 뒤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강씨의 아내 이모(44)씨와 큰딸(13), 작은딸(8)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이씨와 큰딸에게서 졸피뎀이 검출됐다. 국과수는 지난 9일 1차 조사에서 수면제 의심 성분을 확인했고 다시 정밀 조사를 했다. 다만 졸피뎀 자체가 사망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진정제의 일종인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에 쓰인다. 오래 복용하면 환각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할 수 있다. 경찰은 강씨가 졸피뎀을 입수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세 모녀의 시신에서 저항한 흔적이 나오지 않아 강씨가 수면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강씨는 범행 직후 직접 신고하고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도주하는 등 우발적 범죄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졸피뎀이 검출됨에 따라 경찰은 계획범죄에 초점을 맞춰 수사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다. 앞서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성탄절 전후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고의로 사고를 낼까 생각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범행을 고민해 온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씨는 지난 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가 반나절 만에 붙잡혔다. 그는 3년 전 실직한 뒤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고시원을 떠돌며 주식 투자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3일 현장검증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