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13년 11월 열린 공산당 18기 3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부부 가운데 한 명만 독자여도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단독이태(單獨二胎)’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1979년 도입된 ‘한 자녀 정책’의 부분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당의 결정에 따라 각 지방 정부들은 지난해 초부터 저장성을 시작으로 ‘단독이태’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12일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이 제한적 두 자녀 정책은 중국 본토의 31개 성(省)급 지방 정부 가운데 신장위구르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를 제외한 29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인구 정책 시행을 앞두고 아기 분유 업체와 교육 업체 등 신생아 관련 산업의 주가가 급등하며 큰 기대를 낳았다. 중국 당국은 새 정책 시행 이후 현재 1500만명가량인 신생아 수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200만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기대 못 미치는 수치들… 수정에 수정 거듭하는 인구 예측
출산 정책 완화로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부부는 1100만쌍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 해당 가정 가운데 둘째 아이를 갖겠다고 신청해 최종 승인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83만9000건에 불과했다. 신청 가능한 부부의 8%에 불과한 수치다.
그나마 이 가운데 산둥성이 20만7000건으로 약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지역 편중도 심하다. 산둥성과 인접한 허난성의 경우 2만6177건으로 산둥성의 13%에 불과하다.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실제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부의 기대처럼 둘째를 낳을 부모들은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 부모들이 둘째 낳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 비용이다.
상하이에 사는 A씨 부부. 금융권에서 일하는 부인과 국책연구소에 근무하는 남편은 각각 월 1만2000위안과 1만5000위안을 번다. 현재 6세 아들 유치원비만 1년에 2만6000위안(약 458만원)이 든다. 한 달에 2000위안이 넘는다. 첫째 아이 육아 비용과 함께 매달 1만 위안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아이 하나를 더 낳아 기르기가 힘에 부친다. A씨는 “네 식구로 늘면 더 큰 집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난징에서 8세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B씨는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비용이 38만 위안(약 6700만원)이나 든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자아실현을 위해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는 여성도 많다.
베이징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C씨는 “매일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더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출산의 고통을 더 느끼고 싶지 않다고 하고, 다른 이는 지금 있는 아이에게 더 정성을 쏟고 싶다고 한다.
다가오는 인구 위기… 두 자녀 전면 허용 시급
단독이태 정책의 시행 전 “역사적이며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전문가들의 예측도 수정되고 있다. 중국 인구학회 회장인 인민대 자이전우 교수는 최근 베이징일보 기고문에서 두 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해도 매년 신규 출생 인구는 최대 2100만명으로 제한될 것으로 예측했다.
자이 교수는 지난해 2월 학술지 ‘인구 연구’에서는 “두 자녀 정책 전면 시행 후 대상자들의 규모가 크고 여성들이 둘째 아이를 갖겠다는 열망이 커서 매년 출생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해 최고 499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불과 8개월여 만에 예측치의 절반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도 전면적 두 자녀 정책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회과학원은 ‘2015년 경제 예측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4명에 불과해 ‘저출산 함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1.3명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한적 두 자녀 정책을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 루양 연구원은 “저출산은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야기한다”면서 “한 자녀 정책 폐기는 단기적으로 인구에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상승과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인구보너스’(人口紅利·풍부한 노동력에 의한 경제성장)는 2010년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엔에 따르면 15∼59세 노동인구는 2010년 9억4400만명에서 2030년 8억7700만명으로 6700만명이나 감소한다. 20년 사이 프랑스 인구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6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억6800만명에서 2030년 3억4500만명, 2050년 4억5400만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인구 대비 6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2.4%에서 2030년 23.8%, 2050년 32.8%를 차지하게 된다. 2050년에는 중국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60세 이상이 되는 것이다.
사회과학원은 산아제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2050년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월드 이슈] 中도 ‘저출산 수렁’… 인구정책 딜레마
입력 2015-01-13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