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왜?… 안전 규제 푼 ‘도시형 생활주택’ 큰 불에 대책 없다

입력 2015-01-12 00:46 수정 2015-01-12 09:51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은 철골만 남긴 채 녹아내렸다.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11일 마스크를 쓴 이재민들이 그나마 타지 않고 남은 살림살이를 챙겨 나오고 있다. 의정부=서영희 기자

또 인재(人災)다. 이번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며 ‘안전’을 팽개친 대가였다. 2009년 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 공급 확대 정책이 5년여 만에 대형 화재 참사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10층 이하’ 건물은 ‘11층 이상’보다 안전할 거라며 각종 안전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한 소방정책도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이 됐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10일 의정부 의정부3동 오피스텔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불로 한경진(26·여) 안현순(68·여) 이광혁(44) 윤효정(29·여)씨 등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재민은 225명으로 집계됐다.



피해를 키운 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정부는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을 장려하면서 주차장 건설 기준, 소음 기준, 건물 간 거리와 진입로 폭 규제 등을 대폭 완화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들은 1.2∼1.5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건물 간격이 6m 이상 돼야 하는 일반 아파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바로 옆의 쌍둥이 건물 드림타운Ⅱ는 10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현행 소방법은 11층 이상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3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이 건물들은 지난해 10월 소방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두 건물은 주차장으로 쓰는 1층 필로티(개방형 공간)에도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차량 20대 미만의 주차장은 소방시설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은 천장 환기구가 막혀 있던 탓에 화염과 연기가 주변으로 솟아올랐다.

고층 피해 건물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 드림타운Ⅱ 옆의 15층 오피스텔 ‘해뜨는마을’뿐이었다. 불이 나도 초기 진화가 어려울 뿐더러 옆 건물로 옮겨 붙기 쉬운 구조였던 것이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Ⅱ는 주차장 벽면이 불에 약한 우레탄폼으로 마감돼 있었다.

김석원 의정부소방서장은 “연기와 농염, 화염이 주차장에서 건물 양옆으로 분출되면서 외벽과 스티로폼을 타고 일시에 건물 위로 쑥 올라갔다. 그 후 건물 내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 붙으면서 옆 건물에도 화재가 난 걸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CCTV 녹화 영상을 분석해 10일 오전 9시15분쯤 대봉그린아파트 1층 우편함 앞에 주차된 4륜 오토바이에서 화재가 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운전자 김모(55)씨는 앞서 1분30초 정도 오토바이를 살피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도 화재 피해를 입어 의정부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방화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의정부=강창욱 정부경 황인호 양민철

임지훈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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