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양국의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북한 주장을 일축함에 따라 다음달로 예정된 키 리졸브(KR), 독수리(FE) 연습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더불어 남북대화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핵실험과 연합훈련을 연관지은 북한 주장에 "연계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고, 미국도 "부적절한 연결은 북한의 위협"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지를 관철하기 위해 4차 핵실험 계획을 잠시 중단할 수 있다며 '맞교환 카드'를 꺼내자 공조 형태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의 핵실험은 수차에 걸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금지된 것으로서 북한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과 연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방어를 위한 훈련"이라며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의 제안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상적인 한·미 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인 위협"이라며 제의를 거부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에 군사훈련 중지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공화국 정부의 제안을 담은 메시지가 해당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됐다"며 "미국이 올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임시 중지해 조선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북한이 이례적으로 미국에 '군사훈련 중단'을 공식 요구한 데 주목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의도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훈련을 비롯한 전쟁 책동이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1992년 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미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을 발표하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 입장을 천명해 화답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북한 요구대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군사적 긴장의 원인을 한·미에 떠넘기려 한다"며 "북·미, 남북 간 대화 재개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오는 18∼19일 싱가포르에서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만날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내걸고 미국과 '일대일 대화'를 통해 핵 문제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만큼 6자회담에선 한 걸음 더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이슈분석-‘4차 핵실험 맞교환’ 북한 카드 일축] 한·미 군사훈련, 남북대화 변수로 부상
입력 2015-01-12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