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고 나면 오르는 전셋값에 떼밀려…‘다세대’로 유턴하거나 분양시장 뛰어들거나

입력 2015-01-12 01:05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신혼 전셋집을 구했던 이모(34)씨 부부는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2013년 초 전용면적 60㎡에 1억8000만원이었던 전세가를 집주인이 2억2000만원에 다시 계약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출까지 고려했던 이씨 부부는 결국 부동산중개사의 권유로 인근 연립주택을 구입해 이사하기로 했다. 같은 전용면적에 매매가는 1억9000만원이었다.

◇빌라의 귀환=‘빌라’라고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은 보통 4층 이하 건물로 한 개 동의 연면적이 660㎡을 넘으면 연립주택, 넘지 않으면 다세대주택으로 분류한다. 아파트 전세 물량이 동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집을 마련해 옮겨가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으로 비슷한 면적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11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건수가 4만189건을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2010년 이후 2만∼3만건 수준을 유지하던 매매량이 4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2013년 3만820건과 비교하면 23% 증가한 수치다. 전·월세 거래량도 2013년 5만6233건에서 2014년 6만1095건으로 8% 늘었다. 아파트에 떠밀려 ‘찬밥’ 신세였던 다세대·연립이 전세난 시대를 맞이해 다시 빛을 받는 모습이다.

◇손짓하는 신규분양=부동산 업계는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아예 아파트 분양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3법 통과와 오는 3월 청약제도 개편과 맞물려 달아오른 청약 열기에 ‘전세난민’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114는 한겨울 분양 비수기철인 1월 전국의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을 1만4940가구로 파악했다. 2012∼2014년 1월의 평균 분양 물량 6137가구와 비교하면 2배가 넘고 지난해 1월 5458가구의 2.7배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작년의 청약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가 민간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2015년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 18만9043가구가 공급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분양 실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2.9% 증가한 수치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26만9866가구보다 14.3% 늘어난 30만833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물량 등을 보탤 경우 올해 분양 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발(發) 전세가 상승세 본격화=수도권 전세가는 새해 시작부터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상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면 학군 이주 수요로 전세가가 상승하기는 하지만 올해는 재건축 변수까지 더해졌다.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 3단지의 경우 59.5㎡ 전셋값이 지난해 연말 1억∼1억3000만원에서 현재 1억5000만∼1억8000만원으로 5000만원 ‘껑충’ 뛰었다. 53㎡도 9000만원에서 1억3000만∼1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부동산114는 올해 서울에서 이주가 시작될 재건축 단지가 2만1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사업 일정이 유동적인 재개발 물량 3만6000여 가구까지 합하면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는 최대 5만800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