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 화재 대비 왜 이리 허술했나 ] ① 10층 이하 안전? 비현실적 기준 허 찔려

입력 2015-01-12 02:29 수정 2015-01-12 10:00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10일 소방관들이 불길이 옮겨 붙은 드림타운Ⅱ와 해뜨는마을 건물 옥상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의정부=김지훈 기자

10층 건물에 사느냐, 11층 이상 건물에 사느냐가 생사를 갈랐다. 10일 발생한 의정부 화재 사고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피해가 적은 ‘해뜨는마을’은 15층 건물이었다. 반면 10층짜리인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Ⅱ’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컸다.

이런 차이는 소방시설법 시행령 규정에서 비롯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물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11층 이상에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달아야 한다. 10층 이하 주거용 건물은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11층 이상 건물에만 스프링클러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11일 “국제 기준을 따랐다”고 말했다. 소방 분야에선 11층 이상을 외부 진입이 어려운 고층 건축물로 본다. 고가사다리차가 다다를 수 있는 높이를 10층으로 본 것이다. 김유식 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가 물을 뿌렸을 때 닿는 거리가 10층 정도”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일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10층 이하 건물은 거주자들이 스스로 불을 끄거나 피하기 쉽다고 보고 (건축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11층 이상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은 2004년 5월 소방시설법이 제정된 이후 변화가 없다.

‘10층 이하’ 건물과 ‘11층 이상’ 건물의 차이는 방화구획을 설치할 때도 적용된다. 방화구획은 화재가 더 번지지 않도록 벽, 바닥을 방화문 등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1층 이상의 층은 바닥면적 200㎡ 이내마다 구획을 정하도록 돼있는 반면 10층 이하는 바닥면적 1000㎡가 기준이다. 10층 이하에서 화재가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화재 시 비상방송 설비도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물’에만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이번 의정부 화재는 이러한 층수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임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특히 주택난으로 주거용 중·저층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층수 규정이 없는 대신 외부로 직접 통하는 피난로가 없는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성균 동원과학기술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화재가 커진 이유를 스프링클러에서만 찾기는 어렵지만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김재중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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