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발생한 일부 축산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거나 기피해 구제역 확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안일하고 느슨하게 대처하는 농가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생한 진천의 한 농가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의무적인 2차례 접종을 완료했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농장은 백신을 2번이나 접종했음에도 항체 형성률이 20%에 못 미친며 백신 효능을 문제 삼았지만 실제로는 구제역 예방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농장 측은 “어미돼지가 곧 새끼를 분만하는데 유산이 우려됐다”며 “출하를 앞두고 있어 접종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는 백신을 접종하다 상처나 고름이 나면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백신을 근육에 정확히 놓아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피하 지방이 많은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가 적발됐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도 1차 50만원, 2차 200만원, 3차 50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축산 농가의 방역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의 40% 이상, 소독 미실시·신고지연 등 방역의무 불이행시에는 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80%까지 삭감한다. 과태료도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가축 재입식(재사육)을 최대한 제한하고 축산 정책 자금이나 동물의약품의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할 방침이다. 표본 조사로 이뤄지는 항체 형성률 검사도 전수조사로 전환하고 기준치를 밑도는 농가에는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규정에 따라 두 차례 예방 접종만 제대로 하면 돈사 내에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있어도 전염은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방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은 10일이다. 이 기간에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
경기도 이천의 돼지농장에서 이날 추가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아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충북 진천·청주·음성·괴산·증평, 충남 천안, 세종시, 경기도 용인·안성·이천, 경북 영천·의성·안동 등 13개 시·군의 43개 소와 돼지 농장으로 늘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곧 분만하는데”… 접종 기피가 구제역 확산 불러
입력 2015-01-12 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