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 화재 대비 왜 이리 허술했나] ② 건물 간격 1m로 완화… 관리사무소도 없어

입력 2015-01-12 05:48 수정 2015-01-12 10:01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은 철골만 남긴 채 녹아내렸다.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11일 마스크를 쓴 이재민들이 그나마 타지 않고 남은 살림살이를 챙겨 나오고 있다. 의정부=서영희 기자

도시형 생활주택이 도입된 것은 2009년 5월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수도권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도심지역에 300채 미만의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인 도시형 생활주택 확대 방안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정부는 빠르고 쉽게 소형 주택을 만든다는 취지로 모두 6차례에 걸쳐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다양한 규제완화 및 지원 대책을 쏟아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차장 기준 완화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면적 120㎡당 차량 1대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가구당 전용면적이 보통 20∼30㎡인 것을 고려하면 5∼6가구당 차량 1대분을 확보하면 되는 파격적 혜택이었다. 또 건축물의 용도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해당하지만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건물 간 간격의 경우 아파트는 6m 이상이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대폭 완화된 ‘1m 이상’ 기준이 적용됐다. 건물 이격거리는 건물 높이의 2분의 1이었는데 도시형 생활주택은 4분의 1로 줄었다.



이런 파격적 규제 완화로 2009년 1668가구였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건수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2년 12만3494가구까지 치솟았다. 면적 크기에 따라 단지형과 원룸형으로 나뉘는데 2013년 기준으로 10채 중 4채는 이번 화재 사고와 같은 단지형이었다.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이유로 인기가 떨어지면서 신축 건수가 2013년 6만9119가구, 지난해(11월 말 기준) 5만6930가구로 급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5월 ‘고령화·소가족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소형 주택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며 “도시형 생활주택의 높은 공실률은 정확한 정보 부재로 인해 생긴 정책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1일 “2012년 말부터 과잉공급 문제가 제기돼 도시형 생활주택 관련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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