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9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000만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에는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김동건 아나운서와 가수 남진, 씨름선수 이만기 등이다. 실제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외모와 말투가 거의 비슷해 99%의 싱크로율로 웃음과 재미를 자아낸다.
정주영 회장은 부산 피란시절 직후 어린 덕수와 달구에게 구두를 닦는 이로 나온다. 그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 조선소를 짓겠다”고 말한다. 덕수가 “마른 땅에서 어떻게 배를 만들 거냐”고 묻자 “넓은 땅을 산 뒤 그 사진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거야. 당신이 필요한 큰 배를 여기서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거지”라고 답한다. 그리고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남긴다.
“미친 것 아냐. 어떻게 배를 만들어? 아예 국산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지”라고 쫑알대는 사이 그는 ‘현대건설’ 이름이 선명한 트럭을 타고 사라진다. 선장이 되고 싶었던 덕수의 꿈을 키워준 인물로 정 회장이 등장한 것이다. 정 회장 역할은 수백 대 일의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된 무명배우 남진복이 연기했다. 키가 크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정 회장과 닮았다.
앙드레김은 덕수의 고모가 운영하는 ‘꽃분이네’ 가게에 “엘레강스한 여성들을 위한 패브릭을 찾으러 왔다”며 등장한다. 덕수 고모의 소매 자수를 보고는 “오∼판타스틱”이라는 특유의 감탄사를 외친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김봉남’이라고 적혀 있다. 혀 꼬부라진 말투로 재미를 선사하는 앙드레김 역할은 ‘달콤한 인생’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박선웅이 맡았다.
덕수가 베트남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준 이는 가수 남진이다. 실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그는 훗날의 히트곡 ‘님과 함께’를 부른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본명 정윤호)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남진을 연기했다. 또 자갈치시장에서 덩치 크고 먹성 좋은 씨름선수 이만기가 등장해 아스라한 추억을 전한다. 이만기는 아역 배우 엄보영이 맡았다.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사회자 KBS 김동건 아나운서는 황인준이 대신했다. 연극 ‘날 보러와요’ 등에서 활동한 무명배우다. 하지만 빼다 박은 외모에 차분한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그때 그 시절’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이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볼 때 어색하지 않게 빠져들 수 있도록 땀 흘리며 노력한 결과다.
추억의 통기타 음악과 한 남자의 잊지 못할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쎄시봉’(2월 개봉 예정)에도 한국 포크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이 등장한다. 이 영화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제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환상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대세배우로 떠오른 강하늘과 무서운 신예 조복래가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와 송창식을 맡았다. 외모, 집안, 학벌, 음악 실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엄친아’ 윤형주로 변신한 강하늘은 귀공자 같은 외모와 맑고 고운 미성을 자랑한다. 조복래는 어수룩한 모습으로 열창하는 송창식을 닮았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송창식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평소 이장희와 친분을 자랑하는 김완선으로부터 “젊은 시절 이장희 선생님의 눈빛과 똑같다”는 평을 들은 진구는 콧수염까지 직접 기르며 보헤미안 스타일의 ‘원조 싱어송라이터’ 이장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노래 실력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자 없는 조영남 그 자체로 돌아온 김인권은 검정색 뿔테 안경과 특유의 파워풀한 무대 퍼포먼스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배꼽빼는 99% 싱크로율… 영화 ‘국제시장’ ‘쎄시봉’ 닮은 꼴 배우 화제
입력 2015-01-12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