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 유가 하락을 반영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관련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7일 국제 유가 하락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LPG 유통협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석유제품 가격 인하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가격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 인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1년 전과 비교해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50달러 이상 하락했음에도 일선 주유소의 기름값 하락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유소별로도 가격 차이가 크니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전반적인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가계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내수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업계 입장은 다르다. 국제 유가 하락분이 충분히 반영됐음에도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휘발유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ℓ당 교통세(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등 고정 세금에 부가세(세후 전체 가격의 10%)까지 붙으니 유가가 하락할수록 세금 비중은 올라간다. 지난 1년 사이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 가격이 국제 휘발유 가격 하락분보다 더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세금 구조가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수와 직결되는 유류세 자체는 손댈 수 없다고 한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정부가 원가 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때와 지금 분위기가 비슷하다. 정부가 세금은 그대로 놔두고 업계의 팔목만 비틀려 하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대중영합적 행정이다.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려면 정부부터 과감하게 유류세를 인하하는 게 순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없이 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설] 유류세 그냥 놔두고 업계 팔목 비틀려 하나
입력 2015-01-12 02:20